"한지붕 세가족"

빅딜법인들의 경영 현주소다.

서로 다른 회사의 부실 사업부문을 합쳐 출범한 빅딜법인은 시작부터 조직과 인력체계를 그대로 떠안았고 지금도 이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통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신속한 조직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 미뤄지고 있다.

한국철도차량은 노동조합이 3개다.

노조가 많다보니 경영진은 노사협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급여 체계도 3개로 나뉘어 있다.

현대정공 출신은 현대에서 가져온 임금 테이블을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다.

대우중공업과 한진중공업 출신의 월급도 과거 회사의 임금이 기준이다.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만 한솥밥을 먹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통합법인이 출발한지는 1년이 넘어가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학적 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사회에서는 급여체계의 통합을 결의했지만 여전히 3개 임금 테이블을 놓고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조도 나뉘어 있다.

생산시설은 경남 창원과 사천, 충남 서산 등 세곳에 흩어져 있어 직원들간의 동질감도 찾아보기 힘들다.

선박용엔진 통합법인인 HSD엔진은 노조원들이 한국중공업 노조에 소속돼 있다.

회사의 협상 파트너가 한국중공업 노조라는 얘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중공업 노사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낙하산식 인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고경영자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 고위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빅딜법인의 경영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업무에 정통하고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가 필요한데도 검증안된 인물이 기용되면서 조직통합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