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와 클라크''

한국기업을 인수한 외국회사가 토착화에 성공하고 있는 드문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8년 볼보와 클라크는 삼성중공업 기계사업의 중장비와 지게차를 각각 나눠 인수했다.

이들은 2년만에 회사를 정상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국적경영방식에다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와 노사풍토를 접목시킨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의 모범사례로 각광받고있다.

<>볼보=98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중장비부문을 7억2천만달러에 인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설립했다.

인수 당시 시장점유율은 39% 정도였다.

볼보는 인수 초기에 해외브랜드에 대한 인식부족과 거부감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시장점유율이 33%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애프터마켓 서비스 개선, 고객맞춤형 금융서비스, 볼보그룹의 전략적 지원 등에 힘입어 작년말 시장점유율을 41%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또 기존 삼성 판매망과 볼보의 딜러망을 통합, 수출 주력시장인 북미와 유럽지역의 판매역량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98년 6백70억원에 달했던 적자규모는 작년에 2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올해는 1백억원 가량의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볼보의 국내 토착화 전략은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를 활용, 모든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데서 출발한다.

작년 5월 서울에서 9천만달러의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한 레이프 요한슨 볼보그룹 회장은 "한국인 직원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볼보코리아는 IMF사태를 전후로 한 내핍경영속에서도 직원들의 임금을 한 푼도 깎지 않았다.

<>클라크=클라크의 아시아 지역 본사인 ''클라크 머터리얼 핸들링 아시아''(CHMC)는 98년 7월 삼성중공업의 지게차 부문을 인수했다.

클라크는 인수 당시 29%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1년 만에 38%로 높였다.

매출액은 7백억원에서 1천3백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한국을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로 육성한다는 본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클라크는 지난 5월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있는 R&D센터를 창원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 국내 업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CHMC의 케빈 리어든 사장은 "한국인의 생산성과 우수한 노동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CHMC는 한국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 지게차부문의 인력을 그대로 고용승계 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3백4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했다.

또 임직원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지않기 위해 서구식 경영기법의 도입보다는 삼성과 클라크의 기업문화를 통합하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누구라도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장실을 출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문화의 장점인 가족애 동료의식 등을 북돋워줬다.

<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