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사치여행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몰락하기 직전 만연했던 비뚤어진 해외여행풍조가 되살아나고 있다.

해외여행객은 하루평균 2만5천여명 정도가 김포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IMF 위기 전보다도 30% 정도 늘어난 수치다.

지난 12일에도 2만5천5백8명이 해외로 떠났다.

<>.초고가 여행상품은 공급이 달릴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W사가 올 4월에 내놓은 최고 1천만원선의 유럽 크루즈여행상품은 이미 40여명이 이용했다.

요즘도 문의전화가 하루 3~4통 정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3천만원짜리 크루즈여행상품에 관한 정보를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며 "초고가 해외여행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H사의 유럽4개국 12일 패키지여행상품은 가격이 6백만원선인데도 최성수기인 8월 첫째주까지 예약이 만료됐다.

여행사측은 항공좌석이 없어 이 기간중 예약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M사가 개발한 4백만원선의 유럽문화탐방상품도 이미 고객이 찼다.

조기유학답사, 어학연수 등의 명목으로한 관광위주의 상품도 대기예약을 받을 정도다.

W사의 조기유학답사상품 담당자는 "부모 1명이 동반하면 5백만원을 훨씬 넘는 9일짜리 캐나다 조기유학답사 상품의 경우 고객이 몰려 대기예약을 받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여행도 늘고 있다.

출국시 골프채 휴대반출 신고건수가 지난해보다 2배이상 증가했다.

절반 이상이 20~30대로 골프여행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골프를 치기위해 해외로 나간 여행객은 1만6천7백17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9천1백23명)보다 1백83% 늘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관광객의 짐보따리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백달러 이상의 고급양주 반입이 지난해 월평균 6병에서 올해는 50병으로 늘었다.

면세범위를 벗어난 품목의 유치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10만8천여건에서 올들어서는 12만여건에 달하는 등 호화 사치여행행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채도 올 상반기중 2만1천8백21개가 유치돼 지난해보다 무려 1.2배 증가했다.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번 주말부터 한달간의 항공권은 이미 동났다.

초과예약을 받고 있을 정도다.

항공사 예약센터에는 항공권을 구하려는 손님들의 전화가 폭주하지만 예약안내 직원들은 자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지역인 파리 로마 런던, 미주지역인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밴쿠버, 동남아시아권인 홍콩 마닐라 싱가포르 등의 예약이 이미 다 찼다.

카이로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도 초과 예약 상태다.

초과예약률이 호눌룰루 1백21%를 비롯해 뉴욕 1백19%, 홍콩 1백7%,로마 1백7%에 달할 정도다.

아시아나항공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사이판,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등은 예약이 다 차 대기예약을 받고 있다.

국내선도 휴양지 노선의 황금시간대는 예약이 마감됐다.

서울~제주행 항공권의 경우 대한항공은 이달 20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예약이 초과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이 기간 오전에 서울을 출발하거나 오후에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항공권은 이미 매진됐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은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특별기 1백91편을 띄우기로 했다.

아시아나도 15일부터 이달말까지 제주 베이징 홍콩 노선에 40여편의 특별기를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조영석과장은 "여름 휴가철의 국제선 항공권은 3개월 전부터 예약이 차있는 상태로 외국 항공사들도 사정이 똑같다"고 밝혔다.

정인항공여행사의 신동원이사는 "항공사들이 예약부도에 대비해 초과예약을 받아 현재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IMF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중산층 아래로까지 확산, 분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존립을 위협했던 경제위기를 극복, 이제는 써도 된다는 심리가 목적없는 해외여행과 쇼핑관광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 정원철 간사는 "IMF 위기 이후 일부 고소득계층의 과시용 낭비성 외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성이 별로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목적없는 해외여행으로 지출이 늘어날 경우 사회적 위화감이 커짐은 물론 국부유출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간사는 또 "내년 1월 해외송금자유화조치가 시행되면 낭비성외유가 더욱 삼화될 것"이라며 "해외에서의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선 경제 및 사회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일.김문권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