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업투자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투자할 돈이 마른데다 돈이 있어도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을 닫는 창투사마저 생길 정도다.

11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전체 1백40여개 창투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후발 업체들은 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상당수가 "개점휴업"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98년 동아석유가 자본금 1백억원으로 설립한 SAM캐피탈은 최근 중소기업청에 창투사 등록증을 반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추가로 투자자금을 조성할 수 없는데다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P사의 경우 지난 4월 엔터테인먼트 전문 투자조합(펀드)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들을 모으지 못해 이달에야 가까스로 결성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중견 창투사인 D벤처캐피탈과 H기술투자는 원래 계획 규모의 절반 금액으로 펀드를 만드는데 만족해야 했다.

드림벤처캐피탈 이태영 이사는 "대부분 사모방식으로 펀드를 만들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합결성에 실패하고 "쉬쉬"하는 메이저 창투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민간 벤처캐피털 등이 단독 결성한 투자조합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4월 23개(금액 1천7백16억원)에서 5월 8개(2백97억원), 지난달에는 단 5개(2백36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중기청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들이 자금을 대면서 민.관 공동 투자조합 결성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관 펀드는 지난 5월 4개(6백40억원)에서 지난달엔 13개(1천1백5억원)로 늘어났다.

한미창업투자 이영민 부장은 "대부분 자본금이 1백억원인 후발 창투사들은 벤처열풍이 한창이던 올 초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 투자재원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며 "장외매각 등으로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지만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무리하게 투자한 업체가 많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웬만한 우량 벤처기업들은 투자유치를 마친 상태라 신규 투자업체를 발굴하는데도 큰 애를 먹고 있다는 것.

이같은 벤처캐피털 업계의 위기 상황은 올 연말께면 상당수 후발 소형 창투사들이 문을 닫거나 M&A(인수합병)될지도 모른다는 "창투사 대란설"로 이어지고 있다.

또 대형 벤처캐피털과 중소형 업체들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의 찬바람을 반영하듯 지난 3월 16개로 절정을 이뤘던 신규 창투사 등록 수도 지난 5월 10개에서 지난달엔 4개로 떨어졌다.

마일스톤벤처투자 서학수 사장은 "2중고에 시달리는 신생창투사들이 은행 대기업 등의 거대 벤처자금과 힘든 경쟁을 벌이고 있어 "대란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