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의 잇따른 해외매각은 IMF 사태를 계기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부실기업 처리와 외국인 투자유치라는 측면에서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게 사실이다.

외자도입에 따른 기업및 국가신인도 향상과 "글로벌 스탠더드"로 명명된 선진경영기법의 도입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대우자동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자동차가 결정된 것도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으론 지난 1~2년동안 제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자라났다.

반도체 가전 철강 정보통신 등 비교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업종만이 "사냥감"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글로벌 경쟁체제에 편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토종 제조업의 설땅이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외국기업들의 한국진출은 기존 사업을 인수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국내외 경기변동과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선 "공장축소및 폐쇄"나 "철수"를 얼마든지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속성을 가진 외자계기업들을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선 하필 기업환경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부터 사회질서에 이르기까지 완전 선진국수준으로 개선돼야 하는데 그렇게 될 날은 요원해 보인데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그 어느때보다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품질과 생산능력을 다국적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OB맥주를 인수한 벨기에 인터부루는 조만간 기존 병무게를 3분의 1로 줄인 맥주병을 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물류비용의 대폭적인 감소로 이익은 크게 나겠지만 병제조기술을 인터부루 수준으로 높이지 못한 국내 병제조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또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르노자동차의 경우 최근 정부측에 "한국부품업계의 수직계열화를 없애 달라"는 건의를 했다.

현대 대우의 협력업체 여부를 가리지 않고 "능력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시 부품계열구조를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포드의 국내시장 입성이 확실해지자 대우 협력업체들도 동요하고 있다.

포드가 기존 부품회사중 상당수의 거래선을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은 세계 무대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겠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