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의 세계 1위 아성이 흔들린다"

유럽 최대의 철강회사인 프랑스의 유지노(Usinor)사가 최근 독일 티센크룹(Thyssen Krupp)사의 철강부문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회사가 통합할 경우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포철을 훨씬 앞질러 포항제철이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일 업계와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8년 벨기에 카커릴 삼브레(Cockerill Sambre)를 인수,유럽 최대의 철강사로 부상한 프랑스의 유지노사는 최근 독일 티센크룹사의 철강부문 인수를 적극 추진중이다.

티센크룹측은 철강부문을 분사 후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주가 하락으로 매각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두개 철강사가 통합하면 연산 조강기준으로 3천8백65만t(99년)을 확보,포항제철의 조강생산량(2천6백54만t)보다 46%나 앞질러 세계 최대 철강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포철은 지난 98,99년 2년 연속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조강생산 실적을 차지했었다.

유럽에서 최대 철강회사가 나올 경우 신제품 공동개발과 에너지비용 절감 등을 통해 얻은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철강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다른 철강회사들도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 등 "짝짖기"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99년 세계 철강업체 중 조강생산 상위 10개사중에서 포항제철과 일본의 신일철과 NKK,영국의 LNM 등 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유지노,코러스(영국),아베드(룩셈부르크),상하이보강(중국),티센크룹(독일),리바(이탈리아) 등 6개사가 최근 수년간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이뤘다.

GM과 같은 글로벌화된 초대형 수요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사규모를 5천만t 이상으로 키워야한다는게 철강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철강업계가 통합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딴판으로 한국 철강업계는 경기회복 분위기 속에 안주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말까지 끝내려던 포항제철의 민영화를 국부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두 차례나 연기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을 펼치려던 포철의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고철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업체들도 형강 철근 등의 과잉설비를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