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근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장이 29일 오후 포드를 대우차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발표하자 기자들은 포드가 제시한 인수가격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오 위원장 발표에 앞서 포드 선정 사실이 이미 알려진 터라 기자들의 관심은 인수 가격에 쏠렸다.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와 GM은 얼마를 제시해 떨어졌는지도 관심사였다.

"서로간에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을 했고 앞으로 협상과정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오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대우차 인수를 진두 지위한 포드의 데이비드 스나이더 전무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근영 총재도 액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른바 비밀준수협약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적인 딜에서는 최종 계약이 마무리될 때까지 가격 등 핵심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기자들의 궁금증은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비슷한 시각에 금융감독위원회가 "포드가 7조7천억원을 제시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 두 번 놀랐다고 한다.

먼저 금액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제시가격이 협상당사자가 아닌 정부당국의 입을 통해 발표됐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매각때마다 헐값 논란에 휘말렸던 정부가 흥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이 정부의 입을 쉽게 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공개는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를 제공하게 됐다.

더군다나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와 GM이 제시한 가격마저 공개돼 파장은 클 것 같다.

포드는 앞으로 진행될 본 협상에서 다른 업체가 제시한 수준까지 인수가격을 최대한 낮추려고 시도할 게 뻔하다.

만약 최종 가격이 지금보다 낮다면 정부의 입장만 난처한 꼴이 된다.

"당초 가격보다 낮게 파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은행을 HSBC에 팔려다가 헐값매각논란이 일어나자 백지화한 적이 있는 게 정부의 과거 행적이다.

정부가 이날 공개된 가격을 끝까지 받아내려 할 경우 다른 중요한 매각조건을 양보해야 할 상황에 몰릴지 모른다.

고용승계나 핵심기술이전 등은 가격 못지 않게 중요한 사항이다.

섣부른 가격공개가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준현 경제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