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의 글로벌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항공 삼성물산 등이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데 이어 현대자동차는 26일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포괄적 제휴를 발표할 예정이다.

SK그룹 LG전자 포항제철 등도 해외 ''조짜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다투어 해외파트너를 찾아나서는 것은 한국경제가 글로벌경쟁체제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쇄적인 독자경영권에 집착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기업들이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고 지분까지 대량으로 내주는 등 종래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결단을 해내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메이저들이 벌이는 "합종연횡" 게임에 재빨리 줄을 서서 편승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왕따"당해 탈락할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네트워킹에서 탈락은 곧 "소멸"내지는 "군소업자"로의 전락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항공 상사 자동차 정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제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해외짝짓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의 배경에는 마케팅적인 요인과 기술적인 요인이 함께 깔려 있다.

90년대이후 급속히 전개된 시장의 글로벌화는 지구촌을 연결하는 마케팅과 물류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기업들에 안겨 주었다.

또 정보기술혁명과 연구개발(R&D)및 설비투자의 기하급수적인 팽창도 글로벌제휴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승일 LG경제연구원 전략그룹장은 "국내업체들의 대응은 사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각 지역의 경영자원을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있게 됨에 따라 기존의 경쟁우위를 단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고 전략제휴 붐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라이벌겸 우호세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라이벌과도 손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조강생산분야에서 세계 1,2위업체인 포항제철과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기초기술 발전을 위한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아키타 지하야 신일본제철 사장은 최근 "신일본제철은 포항제철과의 제휴 모색을 희망하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할 때는 서로간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낫다"고 말했다.

23일 포괄적 제휴를 발표한 삼성물산과 일본 닛쇼이와이도 전통적 경쟁관계를 맺어온 기업들이다.

두 기업은 해외 영업거점을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역전문 합작법인까지 설립키로 했다.

<> 경영권 독식 포기 =현대자동차는 다임러와 포괄적 제휴를 맺으면서 9.99%의 지분을 양도할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의 개인 지분이 4%선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빅메이커와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려면 이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게 회사측 판단이다.

작년 타이거펀드의 지분매집으로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던 SK텔레콤은 이번엔 일본의 NTT도코모에 지분 10%를 넘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국내이동통신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구미 업체들과의 무한경쟁에 대비하려면 상당한 금액의 R&D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NTT도코모는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인 "i모드"을 앞세워 세계 인터넷 무선통신을 석권하겠다는 태세여서 장차 SK텔레콤의 강력한 경쟁업체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 손잡아야 생존 =세계적인 조짜기에 편입되지 못할 경우 외톨이로 전락함은 물론 일류기업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대한항공이 해외 유수 항공사와 운항동맹을 결성한 것은 이들과의 제휴없이는 고객확보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제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며 "이 동맹을 확대하는데 중심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안양 부천 열병합발전소및 지역난방설비를 매입한 LG정유-텍사코 컨소시엄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조"를 짠 경우다.

두 회사는 단순히 안양 부천 발전소를 얻기 위해 손잡은 것이 아니라 향후 쏟아져 나올 국내 민자발전사업 부문의 참여를 노리고 있다.

두 회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단독으로 입찰서류를 냈지만 아예 합작법인을 세우는게 사업확대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