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場불안 대응 급급...구조조정 진전없어 ]

"숱한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데 시장은 시큰둥합니다. 정부가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책수단이 없어서인지 아무튼 큰 일입니다"

종금사 대책이 발표된 지난 20일, 한 금융기관 사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책만으로 자금난이 해소될지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구조조정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시장의 신뢰가 높아도 쉽지 않은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금융구조조정이 갈수록 꼬여 가고 있다.

시장 시스템이 망가져가니 정부의 개입강도는 세질수 밖에 없고 국민부담은 늘어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구조조정 와중의 일시적 현상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 정책판단 착오가 문제 =정부는 투신을 정상화시키고 은행권 잠재부실을 투명하게 발표, 그 대책을 세우면 금융시장이 잘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다.

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하나의 지주회사 밑으로 통합하고 나머지 은행은 자율 합병을 유도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4조9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투신(운용)사와 은행권의 잠재부실을 조사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은 정부 생각과 반대로 불안해져 가고 있다.

투신권의 불똥이 종금사로 번졌다.

은행들은 합병바람을 파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어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수 있는 금융기관이 사라졌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금융기관 부실정리와 은행합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데서 시장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부실을 우선 정리하고 합병은 나중에 생각하는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국민부담 =금융개혁이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게 되면 국민 부담은 늘어날수 밖에 없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20조원을 비롯 내년까지 30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들 것이라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미 영남종금 영업정지로 1조원이상의 예금대지급 소요액이 추가로 발생했다.

종금사 구조조정과 대우 연계콜 해결 등 공적자금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해 최대한 재활용한다는 방침아래 필요한 공적자금을 예금보험공사가 자산관리공사나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땜질식으로 메우고 있다.

재경부는 자금차입 등에 따른 이자를 갚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돈이 필요하다면 국회동의를 받아 추가로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안이한 정부 시각 =전반적인 신용경색 조짐이 뚜렷한데도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야기되는 마찰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며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금융시장에서 금융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개혁과 반개혁 세력이 싸우는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이에대해 한 민간연구소의 관계자는 "금융개혁의 부작용을 단순히 개혁 반대 세력의 반발 정도로 치부하는건 옳지 않다"며 "현실을 인정하고 부작용을 줄일수 있도록 개혁의 완급을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