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씨는 지금까지 은행상품만을 거래한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

남들이 주식에 투자해 거액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보수적인 자신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정기예금 5천만원과 채권형 신탁상품에 5천만원을 넣어두고 있다.

정기예금은 이달에 만기가 된다.

그런데 다음달부터 채권싯가평가제가 시행되는데 따라 채권형 상품도 원금을 손해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씨는 현재 신종적립신탁 적립식목적신탁 노후연금신탁등 총예금의 절반 가량을 채권형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유씨는 채권싯가평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현재의 채권형 상품을 중도해지해 정기예금 등에 안전하게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경머니팀에 상담을 의뢰했다.

<> 채권싯가평가제란 =펀드별 보유채권을 평가일 현재의 시장가치로 평가하는 제도다.

회사채 등 채권도 주식과 같이 시장에서 사고 파는 과정에서 매일 값이 오르내린다.

이때 거래되는 실제 거래가격이나 또는 증권업협회에서 추정한 공정가격으로 평가해 펀드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채권은 대부분 상품들을 구입당시의 가격으로만 계산(장부가 방식)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채권의 값이 떨어져 손해를 보더라도 이것이 고객에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싯가평가는 당일 채권금리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매일 변동하게 된다.

원칙적으로 볼 때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만약 싯가평가 펀드에 8.5~9.0% 정도의 국고채를 80% 이상 편입했고 3개월안에 3% 이상으로 금리가 급등한다면 원금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석달만에 국고채금리가 3% 이상 급등한다는 것은 IMF 환란위기 때처럼 국가경제가 부도사태에 직면했을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원금손실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하다는 얘기다.

다만 금리가 급등할 것으로 판단한 고객들의 환매나 펀드매니저의 채권매도로 인해 매매손이 발생하거나 편입채권이 부도가 나는 경우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 상품별 적용여부를 살펴야 =모든 채권형 상품이 다 싯가평가제도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단위금전신탁 추가금전신탁은 해당되지만 개인연금신탁이나 노후연금신탁은 대상이 아니다.

또 98년 11월16일 이후 신규로 설정되는 펀드는 적용되지만 그 이전에 설정된 펀드엔 적용되지 않는다.

당초 정부안은 2000년 7월1일 이후엔 일부 펀드를 제외한 모든 펀드에 대해 싯가평가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98년 11월15일 이전에 설정된 펀드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결정이 된 상태다.

따라서 기존가입된 채권형상품이 적용대상인지 먼저 살피는 것이 좋다.

또 만기가 된 5천만원을 채권형에 투자할 경우에도 싯가평가 여부를 반드시 따지자.

<> 금리가 오르면 불리 =기존의 장부가 방식의 채권형 상품은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이 높은 채권이 신규로 편입되기 때문에 전체 펀드의 수익률은 상승한다.

그러나 싯가평가 적용펀드의 경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싯가 평가금액이 하락하게 돼 펀드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금리가 오를때 싯가평가 대상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불리하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의 싯가평가 금액이 상승해 펀드수익률은 오르게 된다.

따라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유씨는 만기예금 5천만원을 단기정기예금이나 MMF 등으로 운용하다 금리가 정점에 올라간 시점에서 1년 이상 장기의 싯가평가 대상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금리가 오를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면 장부가 방식의 펀드인 신종적립신탁 적립식목적신탁 노후연금신탁 등에 가입하면 좋다.

또 기존의 장부가 방식 상품들은 금년 7월1일부터는 신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월내에 가입해야 한다.

7월1일 이전에 가입한 장부가 방식의 상품중 적립식 상품인 개인연금신탁과 비과세가계신탁 근로자우대신탁 신종적립신탁 적립식목적신탁 노후연금신탁 등은 추가입금이 가능하다.

그러나 입출금식 상품인 가계금전신탁 기업금전신탁은 매입금 건별을 계좌신규로 보아 추가 입금을 할 수 없다.

<> 예상 수익률은 =향후 1년동안의 금리변화가 1~2% 정도에서 그친다면 연 8.5~9.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1~2% 이내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투기대상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하이일드펀드 등)만 아니라면 싯가평가에 대해 그렇게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의 1년제 금리가 7.5~8.0% 정도인 것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채권형 펀드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채권수익률의 변동요인이 많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정부 등 채권발행자가 채권발행을 늘리면 채권공급이 많아져 채권값이 떨어진다.

또 은행 투신권 등 채권매수세력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정부정책 등도 채권가격 변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도움말=류남현 하나은행 프라이빗뱅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