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對北투자 장기적 안목서 민족자활/共生 역점둬야 ]

처음 가본 평양은 깨끗하게 단장돼 있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소년궁전과 인민궁전 등 평양시내 여러 군데를 돌아봤다.

한마디로 잘 정비된 전시장 같았다.

목란관은 다른나라에도 이렇게 큰 연회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규모였다.

평양시민들의 파격적인 환영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김 위원장이 "열렬히 공부해 보라"며 방문을 권유한 닭공장은 가축의 재배에서 가공까지 일관공정을 자동화설비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북한을 방문하기 전에는 회의적인 생각도 많았다.

일정도 통보된 바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평양에 도착한 13일자 로동신문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소식이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다음날인 14일자 로동신문과 민주조선 1면 톱에 방북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김정일 위원장의 움직임에 대한 사전보도는 절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양행 비행기내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온다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됐다.

북측은 이번 회담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같았다.

14일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간부들과 경제분야 간담회를 가졌는데 북측의 박동혁 조국통일연구원 참사가 "김 회장이 쓰신 "바다"라는 글을 교과서에서 읽었다"고 인사해 남측 참석자 모두가 놀랐다.

우리는 통일부 장관이 전날밤 11시에 다음날 일정을 알려주기 전에는 다음날 일정조차 몰랐다.

경제분야 회담에서는 토론이라기보다 돌아가면서 5분정도씩 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 자리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상견례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본격적인 물꼬를 트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정부당국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중과세방지 협정 등을 체결해 달라고 남한측 경제인들이 북측에 요청했다.

북쪽에선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북측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북측도 그 단계까지 얘기를 진전시킬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15일 송별오찬에서 북측 실력자인 장성택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건배 제의를 하라고 하길래 김 위원장에게 가서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달라"고 즉석에서 요청했더니 "노력합시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대단히 솔직하고 소탈하면서도 머리 회전이 빠르고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침없는 태도와 얘기로 좌중을 주도했다.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한투자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단기간내에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남북경협은 남북공동의 번영과 민족의 자활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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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김 회장이 서울로 돌아온 직후인 지난 15일 저녁 기자회견 내용에서 밝힌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