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0년 전통의 세계적 전기.전자업체인 독일 지멘스가 "신경제"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스람 전구와 고속열차 ICE로도 유명한 지멘스가 인터넷을 화두로 한 진정한 글로벌업체로 재도약하고 있는 것.

신경제 기업으로의 변신작업은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서 시작됐다.

1998년까지만 해도 지멘스의 무선전화 단말기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노키아나 모토로라의 제품에 비해 디자인이나 기능이 투박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새 지멘스의 이동전화 단말기는 1백80도 달라졌다.

노키아 제품보다 가볍고 배터리 수명도 길어졌을 뿐 아니라 가격도 낮아졌다.

이에 힘입어 지멘스는 올해 이동전화 단말기를 작년의 3배인 3천만대 판매할 계획이다.

유럽시장에서는 프랑스의 알카텔이나 스웨덴의 에릭슨을 따돌리고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은 3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기업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96~98년 급격히 감소하던 수익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 1.4분기 이동전화 부문의 매출과 순익은 각각 1백70억달러와 6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도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올랐다.

하인리히 폰 피에러(59)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임 압력이 거셌던 1년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지멘스의 변신은 경영진의 인식전환에서 출발했다.

정부의 보호막 안에 안주하던 지멘스가 신경제시대에 걸맞은 속도와 혁신, 고객만족을 제1의 기치로 내세운 것이다.

비핵심 분야를 과감히 아웃소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히 도입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감한 인력감축도 단행했다.

대규모 해고는 피했지만 조기 퇴직이나 사업부 매각을 통해 92년 25만3천명에 달했던 인력을 17만9천명으로 줄였다.

인력을 3분의 1이나 감축하는 고통을 감내해 낸 것이다.

방만하게 벌여 놓은 사업도 핵심사업으로 집중시켰다.

세계 선도업체가 될 수 있는 사업부문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수익성 낮은 부문은 과감히 매각했다.

고속전철 등 수익성 높은 교통사업 부문을 비롯 통신 자동화 의료소프트웨어 부문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반면 전력케이블 전자부품 등의 사업부문은 처분했다.

나아가 전자상거래 부문을 강화, 앞으로 몇년 내에 매출의 절반 가량을 온라인으로 처리,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일반기업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정보기술서비스도 판매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분야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세계 통신업체들은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구축과 기존 고정회선의 광대역 확장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 점에서 덩치가 큰 지멘스가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통신분야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할 때 지멘스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통신분야가 특히 급변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에서 조직이 아직 유연하지 못한 지멘스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멘스가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멘스가 갈 길은 아직 멀다.

고객서비스나 수익 등의 면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아직은 GE 잭 웰치 회장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지멘스가 최근 거둔 성공도 행운의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유로화 약세가 바로 그것이다.

이 덕분에 가격경쟁력이 크게 향상돼 아시아 시장 등에서 매출이 급증,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멘스는 분명 변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6월5일자)는 지멘스의 CEO 피에러가 지멘스를 독일의 첫 신경제그룹으로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신경제 비즈니스 원칙을 체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