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 들어간 한빛 조흥 외환은행에 대한 향후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들 은행에 대해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정부주도의 구조조정 추진방침을 선언했다.

정부는 한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외환은행에 우회출자했지만 제1대주주가 외국계은행(독일 코메르츠)인 만큼 지금 단계에선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정부지분이 있어도 대주주의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로의 통합이나 합병은 코메르츠가 더 원하는 사안으로 알려져 있어 결국 "한묶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한 금융지주회사의 우산아래 각 은행을 경쟁시키고 도.소매금융, 국제금융 등의 특화영역을 찾아가게 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지주회사로 묶는 것이 바로 합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간 조직.인력 통합이 급선무이다.

3개 은행의 점포를 합치면 1천4백57개, 인력은 2만3천8백여명에 이른다.

일본에서도 한 지주회사 아래 은행통합 작업을 2~3년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2개 또는 3개 은행간 합병되는 시점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세 은행을 합치면 자산규모 1백87조원에 이르는 슈퍼뱅크(초대형 은행)가 된다.

클린뱅크(건전은행)가 된다면 국내 선도은행이 될 만하다.

이같은 정부의 통합구도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는 다음달께나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원칙은 서 있다.

오히려 정부가 현 시점에서 더 고민하는 부분은 이달말까지 잠재부실을 드러냈을 때 예금주나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이다.

정부는 7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모든 부실을 현재화시켰을 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지는 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은행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미흡하면 은행장 등 경영진 책임추궁과 공적자금 지원까지 검토키로 했다.

진동수 금감위 상임위원은 "크게 문제될 은행은 없다고 보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2선, 3선의 대책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한 세 은행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요약하면 한빛은행 이수길 부행장은 "3개 은행의 합병이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한다"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은 "일본식 병렬합병과 같은 방식은 시너지효과가 불투명하며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외환은행 김경림 행장은 "공적자금이 직접 투입된 은행이 아니며 대주주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한 적이 없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외환은행은 일부 우량은행과의 합병도 타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반발도 변수다.

전국 금융산업노조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방침이 발표되자 간부회의를 열고 다음달 장기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제2차 금융권 구조조정은 시장이 안정된뒤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한빛 조흥 외환은행간 합병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은행마다 사정이 조금씩 달라 정부가 밀어붙일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빛은행은 (주)대우 등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 여신을 많이 갖고 있어 잠재부실 규모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조흥 외환은행도 잠재부실에서 자유로운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