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신탁계정의 수탁고 감소와 부실여신 증가로 인한 유동성 부족 문제는 기업자금 조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97년말 53조원에 달하던 은행 신탁 대출금은 지난 5월말 26조원으로 50%가까이 줄어들었다.

10조원가량 남아있는 개발신탁자금도 계속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신탁계정의 대출기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올 7월 채권싯가평가제도가 도입되면 개발신탁 뿐 아니라 신종적립신탁 등 55조원에 이르는 실적배당상품의 신규수탁이 중지된다.

앞으로 싯가평가제도를 적용하는 상품만 발매될 경우 은행신탁계정의 자금운용패턴은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여신성 자산보다는 신용도가 높고 유동성이 풍부한 유가증권쪽에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계정의 기업자금 공급기능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차 금융구조조정때 은행계정이 유동성확보와 BIS비율 유지 등을 위해 자금운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신탁계정은 기업들의 자금공백을 메워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신탁계정 위축으로 기업들의 자금경색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97년말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에서 신탁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였으나 5월말에는 8.3%로 축소됐다.

신탁계정 위축은 대출금뿐 아니라 기업자금조달의 또 다른 줄기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30조원에 이른다.

투신사와 더불어 회사채를 충분히 소화해줬던 은행신탁계정이 유동성부족을 이유로 회사채를 매입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