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먼저 합병선언부터 하고 통합작업을 하는 은행이 나올 수도 있다"(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는 하반기부터 은행 합병 움직임이 가시화될것이다"(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최근 일본의 금융빅뱅이 한국 정부당국자의 입에 부쩍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의 은행 구조조정에 일본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묶어 처리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구상은 다이치간교 후지 니혼코교은행간 3자 합병 등 일본의 대형 합병사례를 본뜬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합병을 선언했다.

올해내에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2002년 초까지 최종 통합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일단 합병을 선언해 놓고 긴 레이스에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의 대형합병 모델이 국내 금융계 현실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도 합병의 배경에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지주회사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한빛 조흥은행 등은 부실자산이 많다.

이 부실자산을 빨리 털어내야 금융시스템이 복원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와 투자효율성을 은행합병의 주목적으로 삼고 있는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일본 지방은행협의회 사와하타 마코토 총무부장도 "일본 도시은행이 4개그룹으로 재편하는 가장 큰 목적은 낮은 수익성에 따른 투자비부담때문"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인 액션이 없어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식은 오히려 지방은행의 구조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일단 지방은행은 지역내에서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방은행 서로간의 영역구분은 확실하다.

지역감정과 주주때문에 합병은 어렵지만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한데 묶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식의 점진적인 합병은 지방은행의 경우에 더 적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방은행들은 저마다 독자생존을 외치고 있다.

일본의 지방은행처럼 지방자치단체및 지역경제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자금을 공급하는 파이프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으로 남아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은행이 서버러스와 1억달러 외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것이나 대구은행이 1억달러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자본건전성을 높여 시장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지방은행들이 독자생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보통신(IT)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비를 각자가 부담하는 것도 힘에 벅차다.

또 내년부터 실시되는 예금보호한도 축소에 따라 고객의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한국의 지방은행도 지주회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지방은행처럼 시스템이나 서비스개발을 위한 공동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사와하타 마코토 총무부장)는 얘기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