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몽구 몽헌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등 발표내용에 대해 놀라면서도 크게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주말 정부가 정 명예회장과 일부 경영진 퇴진을 압박했지만 현대가 거부함에 따라 시장이 납득할 만한 "경영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가장 큰 숙제로 봤다.

정 명예회장이 결단을 내려줘 의외로 쉽게 풀렸다는 반응이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지난 29일 특정인사의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꿔 정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현대문제의 본질이 "왕자의 난"에서 비롯된 낙후된 지배구조인 만큼 드러나지 않게 이 부분을 개선시키는데 온 힘을 쏟았다.

금감위는 현대가 이젠 "우리도 바뀐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와의 협상은 금융감독위원회와 외환은행의 두 채널로 진행됐다.

금감위는 지배구조 부분을, 외환은행은 유동성 확보문제를 각각 맡았다.

금감위에선 이 위원장과 서근우 제2심의관 두사람만 간여했다.

이들은 줄곧 자리를 지키다 31일 오전 11시께 모처로 떠나 타결이 임박했음이 감지됐고 오후 2시께 현대의 발표로 결과가 드러났다.

이 위원장과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현대의 고강도구조조정계획을 높이 평가한다고 각각 발표했다.

금감위는 다만 현대가 발표한 경영개선계획의 이행과정을 주채권은행을 통해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가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해지 않으면 시장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유동성 확보방안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현대가 31일 오전 제시한 마지막 협상안에도 정 명예회장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이 들어 있지 않아 정작 공식발표때엔 크게 놀라는 반응이었다.

관계자는 "협상초기부터 현대가 유가증권, 부동산 매각 등 4조원 가량의 자구책을 제시해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가증권 평가방법, 부동산 처분일정 등 구체계획의 실현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