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단기유동성 부족과 금융계열사 경영자퇴진 거부로 증폭된 "현대쇼크"가 29일을 고비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와 현대가 핵심쟁점이었던 경영지배구조 개편문제를 제껴놓고 자금문제에 대해서만 협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양극단으로 치닫던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시작하면서 시장분위기도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 경영지배구조는 협상대상에서 제외 =정부와 외환은행은 현대가 계속 버티는 상황에서 특정인의 퇴진만 고집할 경우 시장불안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이날 "정부가 현대측에 특정 경영인을 지목해 물러가라고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6일 현대건설 자금난이 표면화된 이후 줄기차게 밀어붙였던 경영진 개편요구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협상이 급진전됐다.

외환은행은 경영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는 실무자들이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오너경영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고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라는 것이 기본원칙이지만 이 문제로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금감위도 시장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현대 일부계열사의 유동성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협상 주제 =현대와 외환은행은 이날 실무협상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자금확보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 매각일정을 구체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6월말까지 1천41억원의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산농장(6천4백여억원)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이 지원하는 당좌대출한도 확대만으로도 자금지원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계열사 지분매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보다는 외자유치 등을 통해 지분을 끌어들이는 쪽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유가증권 매각에 대해서도 협상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는 함구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대상이 거론되면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현대가 매각대상으로 내놓은 자산의 실제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방안에 대해서는 현대가 내놓은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금융기관들의 자금상환요청이 계속될 경우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양측이 공감, 조속히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 이달말까지 타결 가능한가 =협상대상이 재무적인 문제로 한정돼 현대와 외환은행은 오는 31일까지 협상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와 외환은행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통해 꾸준히 자구계획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와 외환은행은 4조원의 유동자금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어느정도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가 제시한 구조조정방안에 정부가 제동을 걸거나 외환은행이 예상보다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30일 정몽헌 현대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면 협상결과를 토대로 막판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