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혼란으로 경제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5월들어 뚝 떨어졌을 뿐 아니라 동대문 남대문 등 재래시장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소비위축은 5월 중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에서는 호황 소비재인 신사복 수입가전 모피 와인 고급과일 등 고가품 판매가 눈에 띄게 감소, 5월 중순이후 하루 매출액이 4월에 비해 대부분 30% 이상 줄고 있다.

롯데 본점의 경우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하루평균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7% 줄어드는 ''이상 현상''을 보였다.

특히 중심 소득계층인 30-40대 남성의 소비지표로 활용되는 신사복 판매가 그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었으나 대부분의 백화점에서 이달들어 감소세로 돌아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신세계의 이달중 신사복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6.6% 줄어든 49억원에 그쳤다.

그동안 백화점가에 확산되던 ''명품 열기''도 주춤한 양상이다.

동대문 남대문 등 재래시장의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10대 소매고객들의 감소와 쇼핑몰 과포화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5월들어 하루 매출액이 4월에 비해 30%는 줄었다는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올들어 불티나게 팔리던 PC나 대형냉장고 컬러TV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5월 ''혼수제품 수요''에도 불구, 판매가 늘기는 커녕 급격한 위축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에어컨 등 여름 성수제품을 제외한 가전제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전망이다.

PC의 경우 데스크톱 노트북 모두 5월 판매량이 3월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자동차 판매는 지난 4월 10만1천8백대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월판매량을 보인 이래 5월에는 10만대 판매달성도 어려울 정도로 심한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외식장소로 많이 이용하는 맥도날드 파파이스 등 대중적 패스트푸드점에도 최근 이용객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싸늘해진 소비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 패스트푸드점의 지난달까지 매출신장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을 유지해 왔으나 이달들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10% 선으로 내려앉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고소득층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지역이 전반적인 소비확대를 주도하면서 백화점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그러나 금융불안이 가시화되고 주가가 급락한 5월이후 이곳 백화점들도 고객이 줄면서 뚜렷한 소비위축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