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시장은 격변의 한주를 보냈다.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환율과 금리가 연일 폭등했다.

고삐 풀린 환율은 석달여만에 달러당 1천1백34원까지 치솟았으며 3년만기 회사채 금리도 10% 선을 넘어섰다.

자금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새한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이후 금융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매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트리플B 이하인 몇몇 기업들이 계획했던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등 일부에서 금융경색 조짐이 나타났다.

기업의 초단기 자금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시장은 더욱 냉각됐다.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업체들의 CP 할인금리는 전달보다 0.8%포인트나 치솟았다.

그나마 투자신탁회사와 은행들이 CP 인수를 꺼리면서 정상적인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은행들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여신기업 중 약간의 이상조짐만 나타나도 추가 여신을 중단토록 조치,일부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했다.

급기야 정부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까지 "한국에 제2의 위기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곧이어 환율과 금리는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금융시장엔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주 금융시장에 흘렀던 난기류엔 새한그룹 워크아웃과 영남종금 영업정지 등 단기적인 악재들의 영향이 컸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신사와 은행신탁의 수신고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투신사 공사채형 펀드에선 6조원 이상이 이탈했다.

은행 금전신탁에서도 같은 기간 중 3조7천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은행 저축성 예금엔 5조9천억원이 흘러들었다.

안전성을 찾아 신탁권에서 예금으로 흘러드는 뭉칫돈들의 행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투신사 대책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심리적 불안감에 따른 것이었다"며 "일단 금융시장이 진정세로 돌아선 만큼 이번주에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 딜러는 "환율과 금리의 경우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경계매물로 조정받고 있는 중"이라며 "금융구조조정 등 경제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다시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