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대 금융그룹의 본격적인 국내 진입에 대비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자발적 합병을 통해 규모를 우선적으로 키워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은행 및 투신권 부실처리를 포함한 금융구조조정의 신속한 마무리 역시 절박한 과제로 꼽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금융 대합병 추세와 한국금융의 과제''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세계 금융계가 메가머저(Mega-merger.대합병)의 여파로 거대 금융그룹 위주로 재편중이라며 우리나라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의 대형 금융그룹과 맞서 홀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으므로 덩치를 키우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을 위해 금융기관 합병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글로벌화, 인터넷 등장 등의 영향으로 합병이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지난해 금융기관끼리의 대대적인 메가머저를 통해 ''미쓰이-스미토모그룹'' 등 4대 종합금융그룹이 금융업계 전체 판도를 새로 짰다고 소개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잠식에 대한 방어책의 하나로 촉발된 대합병 전략이 이제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세계시장 진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M&A) 규제가 거의 풀린 상태인만큼 조만간 해외 금융그룹의 본격적인 국내 진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경우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점유율이 금융위기 전인 90년대초 5% 미만에서 97년에는 약 50%로 급격히 상승한 점을 예로 들었다.

연구소는 맥킨지 금융보고서 ''뱅킹 인 아시아''를 인용, 국내 금융자산에서 외국기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이면 4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문화적.제도적 장벽을 뛰어넘는 사이버 금융의 확산 추세를 감안할 때 외국 금융그룹의 국내 영업기반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인터넷 금융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배양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또 외국 금융기관의 공략이 예상되는 자산운용부문과 대기업 관련 투.융자업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강조했다.

종합금융 서비스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틈새시장도 노려볼만 하다고 충고했다.

정부는 부실 금융회사의 조속한 처리, 상품개발 관련 규제 완화, 금융인프라 구축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