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국채환매 영향으로 미 채권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지표금리 역할을 해오던 30년물 재무부채권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고 장단기금리 역전이라는 기현상도 장기화되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1일 오는 9월말까지인 올 회계연도말까지 2천1백60억달러의 국채를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미 국채는 지난 98년보다 10%가량 줄어들게 됐다.

올 2.4분기에는 분기별 국채상환액으로는 최고금액인 1천8백50억달러를 되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국채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정부의 국채환매는 채권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만기가 10년이상 남은 장기국채를 우선 상환하면서 국채시장이 크게 교란받고 있다.

먼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장단기금리역전이라는 비정상적인 금리체계가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1일 현재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5.99%로 2년물 국채금리(연6.73%)보다 무려 1%포인트가량이나 낮은 상태다.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인 연방기금금리(연6%)보다도 낮다.

지표금리인 30년물 국채금리의 대표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최근 연준리(FRB)의 금리인상 우려에도 불구 오히려 연초보다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올라야 정상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의 미국의 경제 및 인플레 상황을 제시해주던 지표금리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채권팀장인 아람 플로레스는 "국제투자가들이 국채로만 구성된 채권지수를 투자척도로 삼기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채에 투자했던 펀드들이 주택저당채권(MBS) 등 공공채권과 회사채로 투자처를 옮겨가고 있다.

재무부채권이 비워놓은 지표금리 자리를 놓고 경쟁도 뜨겁다.

현재 월가에서는 과거 재무부채권이 갖고 있던 안정성과 대표성을 동시에 갖춘 채권으로 MBS가 지목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국채시장의 재편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금융시장이 앞으로 새로운 가격척도를 채택함으로써 퇴조하는 국채시대에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미 국채시장의 이상현상은 자칫 신용경색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대출을 하기 어려워진데다 수많은 국채펀드들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