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채권단은 지난 21일 파리협상에서 르노가 한국에서 이익을 못내면 부채상환(2천3백30억원)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해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번 협상에서 매각대금을 당초 양측의 기본합의액인 5억4천만 달러(한화 약 6천억원)보다 1천8백만달러(약 2백억원)정도 올려놓았다.

하지만 르노측과 기본합의한 대금지불방식과 기간등이 파격적이어서 앞으로 르노측의 부채상환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두고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르노는 6천2백억원 가운데 1천1백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부채 2천3백30억원을 인수해 이를 10년간 나눠서 상환하게된다.

현금 가운데 2백50억원은 우발 채무에 대비, 추후 지급키로 했다.

또 2천3백30억원은 매년 영업이익에서 10%씩 나눠갚는 언아웃(earn-out) 방식을 적용한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번 협상에서 르노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1년씩 지급을 순연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는 한국에서 장사가 될 때까지 빚을 갚지않아도 된다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파리협상에선 이 조항에 대해 상당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었으나 르노측안대로 결론이 났다.

나머지 4백40억원은 채권단이 새로운 법인에 출자전환한다.

그러나 채권단 출자전환분에 대해서는 르노가 5년후 되사갈수 있는 콜옵션이 붙어있다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르노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우리는 이자도 못건지는 꼴이 된다"고 말해 르노의 콜옵션 행사가격이 출자시 가격인 4백40억원으로 확정된 사실을 암시했다.

이같은 대금지불시한과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채권단은 파리에서 실리보다는 생색용으로 금액을 올려받은데 협상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25일 최종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서 이 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6천2백억원을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지급조건 등에 르노와 최종 조율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채권단은 우선 출자전환에 대해 현재 르노가 되살수 있는 권리만 붙어있지만 이를 채권단도 언제든 되팔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풋옵션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르노가 인수해 가는 부채에 대해서도 상환을 보장받을 장치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즉 부채 2천3백30억원을 매년 갚아나가는데 이를 보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담보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르노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최대한 성의를 갖고 부채를 갚겠다는 의향서라도 받아내겠다는 것이 채권단 복안이다.

삼성차매각 협상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르노와 최종 조율을 시도하겠지만 체면치레 정도의 효과외에는 기대하기힘들다"고 평가절하했다.

르노와 채권단은 27일 부산 삼성자동차 본사에서 인수기본의향서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르노와 채권단간 파리협상 결과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현실적으로 르노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채권단의 협상력은 처음부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정부와 채권단으로선 하루라도 빨리 삼성차를 매각하고 싶어했고 르노외에 삼성차 인수에 나서는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은 제값을 따지기보다는 한국경제의 암초를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서둘어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서둘어 매각을 추진해왔다.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