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통해 정부의 기업정책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던 재계가 하루만에 정부측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싶다고 유화제스처를 나타냈다.

전경련은 정부측의 즉각적인 강력대응에 당혹한 분위기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재벌 개혁 등 문제를 놓고 정부와 재계가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좋지 않다"며 " 서로의 입장이 와전된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풀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본부는 기업이 전략을 짜고 경영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스탭(참모) 조직일 뿐이며 과거 기조실과는 다르다"고 말해 구조조정본부의 존속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손 부회장은 "구조조정본부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건 당연한 얘기지만 이를 법적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건 매우 어색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의 제도적인 틀 안에서 정부가 기업의 탈법.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한다는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세무 조사 등 준사법적 행위가 다른 목적에 이용돼서는 곤란하다"고 우려의 빛을 나타냈다.

재계는 외환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비상시기와 지금은 다른데 정부는 계속 같은 강도로 압박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 정권의 재벌개혁이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위기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용인됐으나 이제 외환위기를 넘겼다면 시스템을 통한 정상적인 규제.유도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계는 관치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의 월권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밝힌 것을 꼽았다.

계열사에서 자금과 인력을 지원받은 것을 부당내부거래로 간주해 과징금을 물리려는 것은 엄밀히 따져 근거 법률도 명확치 않은 위헌적인 행정행위라고 그는 지적했다.

재계는 현행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지정제도의 존속도 관치경제의 낡은 굴레라고 보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