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대폭락한 17일 오후 한 벤처기업 사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코스닥이 저렇게 무너져 내리면 우리 같은 벤처기업은 어쩌란 말이냐.당장 투자하겠다고 달려들던 창투사들도 좀더 검토해보자며 발을 빼고 있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코스닥에 등록하려 했는데..."

미국 증시폭락이란 직격탄을 맞아 코스닥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많은 벤처기업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등록이란 꿈을 안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벤처로 몰렸던 개인이나 벤처캐피털들의 뭉칫돈도 따지고 보면 코스닥을 통한 "대박"을 노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벤처는 마치 코스닥 등록이 목표인 양 비치기도 했다.

이런 판국에 코스닥주가가 폭락했으니 벤처기업인들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성급한 사람들은 벤처 물거품론을 다시 들먹였다.

"그럴 줄 알았다. 제조기반도 없고 수익구조도 불분명한 벤처기업이 수천억원으로 평가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벤처 열풍이야말로 우리사회를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게 했던 일장춘몽이었다"(D산업 K사장)

과연 그럴까.

여기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시장의 폭락을 벤처신화의 붕괴로 연결짓는 건 비약이다. 물론 벤처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위축될 것이다. 그건 과열 진정으로 봐야 한다. 도전정신과 기술 아이디어로 뭉친 한국 벤처의 미래는 아직도 밝다"(김연성 관동대 교수)

어쨌든 이번 증시 폭락을 계기로 벤처투자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코스닥이란 돈잔치의 꿈에서 깨어나 진정한 벤처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흔히 미국의 예를 들어 벤처기업 성공률은 10%미만이라고 한다.
그건 최종적으로 나스닥에 등록한 기업을 따져 계산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모두 망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그중 상당수는 기업인수합병(M&A)등을 통해 자금을 중간에 회수하고 또다른 벤처를 창업하는 등 생태적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투자가들도 그걸 알아야 한다"(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주식시장 붕락과 벤처기업 투자간의 함수관계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코스닥 등록이 벤처기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란 점이다.

그걸 인식하는 계기만 되더라도 이번 코스닥의 주가 하락은 벤처기업에 독이 아니라 오히려 약이 될 것이다.

차병석 벤처중기부 기자 chabs@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