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거래소가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기술거래소 탄생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본 벤처기업협회로선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한국처럼 기술거래소를 특별법으로 만들고 기술거래.이전.평가뿐 아니라 기업의 인수합병(M&A)기능까지 맡도록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지식혁명의 시대다.

이긴 자가 거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시대다.

이제 지식 강국만이 생존할 수 있을뿐이다.

한국이 지식국가 반열에 오르고 못 오르고는 지식경제시대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행히 한국은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같다.

정보통신이나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이스라엘 등과 견줄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식경제시대엔 10 대 90의 정글의 법칙이 작용한다.

여기에서 낙오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한국은 지식과 생산을 결합한 분야에서 특히 강하다고 한다.

이는 기술거래소가 설립됨으로써 더욱 촉진될 것으로 믿는다.

기술거래소의 가장 큰 역할은 시장을 조성하고 기술거래나 이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기술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즉 기술을 중심으로 한 에코시스템(ecosystem)이 형성돼야 한다.

현재 약 10여개의 기술평가기관이 있고 중진공이나 전경련 산하 국제산업협력재단에서 기술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거래처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먹이사슬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술이전이나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나 기관이 갖추고 있는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줄 수 있는 고급인력과 기관이 필수적이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브로커도 있어야 한다.

기술거래와 관련해 자문을 해줄 변호사나 회계사도 필요하다.

이같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법적 뒷받침이 속히 정비돼야 할 것이다.

둘째 세제지원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하면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을 등록한 내국인이 2003년말까지 양도 또는 대여할 경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한시적으로 50% 감면해 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기술거래나 이전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이 거래되면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것처럼 기술거래에 대한 세금 감면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시행초기에 양도에 따른 세금이 높으면 거래가 음성화돼 기술거래 시장의 확대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셋째 기업도 사고 팔 수 있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의 특성상 기술만 이전되거나 거래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이 없는 핵심기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술은 인력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기술거래는 기업 전체의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도 나스닥에 상장되는 회사보다 10배 이상 많은 기업이 M&A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기업을 사고 파는 데에는 무척이나 어색해하고 불편해 한다.

일반 국민들의 시각 또한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사람이 다 잘할 수는 없다.

기술개발에 더 강점이 있는 사람은 기술개발을 하고 사업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은 사업을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자신의 핵심역량을 잘 파악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핵심역량이 기술개발에 있을 때에는 자신보다 기업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과감히 기업을 팔 수 있는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하다.

흔히 벤처의 성공률을 말할 때 미국을 예로 들며 10%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머지 90%는 망한다는 얘긴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은 기업을 사고 파는 중간 회수시장이 무척 발달돼 있다는 것이다.

이 중간 회수시장에서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사고 팔린다.

최종적으로 나스닥에 상장되는 벤처기업이 약 10% 정도 된다는 것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산하는 기업이 90%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처럼 중간 회수시장의 발달은 기술거래나 이전을 더욱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벤처산업 측면에서 보면 코스닥이 중견벤처나 선도벤처의 영양공급원이라면 기술거래 시장은 신생벤처의 중요한 영양공급원이다.

기술거래소를 매개로 대기업과 벤처기업,중견기업과 벤처기업,벤처기업과 벤처기업간 M&A가 더욱 촉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술거래나 이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앞으로 기술거래소는 벤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탱하는 핵심 기능을 해야 한다.

그 기술거래소의 성패는 기술 거래시장의 규모를 얼마나 키우고 활성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 장흥순 hschang@turbote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