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엘프 아킨텐느를 인수하며 프랑스 최대 정유회사로 부상한 토탈피나의 기업 이미지가 악화일로에 있다.

얼마전 루브르박물관 지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탈피나 주총회장은 마치 환경포럼 같았다.

장외에서는 주총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환경단체 시위대와 경찰간의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회의장내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티에리 데마레스 토탈피나 회장에게 해양오염으로 얼룩진 기업이미지를 쇄신하라고 외쳤다.

토탈피나에 대한 여론은 작년말 원유운반선 에리카호의 좌초로 대서양 연안이 오염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고발생 즉시 브르타뉴 지방주민들은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기름찌꺼기를 제거하느라 밤낮을 잊었다.

정부는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굴양식업자 보상문제로 연일 특별 각료회의까지 개최했다.

토탈피나는 그러나 사고 유조선이 자사소유 선박이 아니라 임대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기상악화로 사고수습 작업이 늦어지고 피해 지역이 확대되면서 여론이 비등했지만 이 회사는 선박 소유주가 보험에 가입해 있어 문제가 없다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토탈피나의 책임 회피에 분개한 일부 지방에서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자 데마레스 회장은 마지못해 환경복구비로 4천만프랑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여론은 사고직후 책임을 회피하다 궁지에 몰리자 나온 대안이라며 토탈피나를 반환경적 기업으로 낙인을 찍었다.

심지어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토탈피나( TOTAL-FINA )의 회사명을 따 "전적으로 무책임하고 결국 죄가 있는( TOTALly irresponsible FINAly guilty ) 기업"이란 슬로건으로 공격을 가했다.

최근 프랑스 경제주간지 르 누벨 에코노미스트와 라디오 유럽1이 공동으로 실시한 30대 기업이미지 조사에서 토탈피나는 다시 한번 치욕을 겪었다.

지난 가을 조사에서 토탈피나는 응답자의 62%로부터 좋은 기업이란 평을 받았다.

이번엔 27%만이 호감을 갖는다고 답했다.

심지어 대기업 이미지조사에서 만년 꼴찌였던 크레디 리요네은행보다 더 나쁜 30위를 기록했다.

요즘 파리 증권가엔 상장업체 도덕지수 조사단체인 "기업윤리와 투자협회"의 기업이미지 발표를 앞두고 토탈피나 경영진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 c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