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고광철 경제부장 ]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예금자보호한도 축소를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당초 기대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경제정책은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총재는 1일 개정 한국은행법 시행 2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을 앞두고 물가가 오를 것이란 우려가 많은데요.

"물가는 예상보다 안정돼 있습니다.

인플레 기대심리도 3월들어 주춤하는 추세입니다.

국제유가의 향방이 관심인데 낙관적으로 봅니다.

물가불안 조짐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은행보다 정부기관이 금리에 대해 자주 언급해 실질적인 금리정책 결정주체가 정부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2년간 금융통화위원회는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소신껏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올 2월에 콜금리를 연 4.75%에서 5%로 0.25%포인트 올린 것도 금통위의 독자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금통위가 아닌 정부기관이 구체적인 금리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수 있기 때문에 자제돼야 합니다"

-향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견실한 성장을 이어갈 겁니다.

다만 올들어 수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절상 현상이 나타난 점에 비춰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경제정책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수출증대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입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2차 금융구조조정의 방향은 어떻게 예상하시는지.

"합병을 통해 대형 금융기관으로 변신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올 7월 채권싯가평가제가 도입되는데다 내년부터 원금 보장액이 2천만원으로 축소됩니다.

고객들은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기관만을 선별해 금융거래를 할 겁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기관은 퇴출될 수 밖에 없죠.

금융기관들도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을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경부가 해외투자공사 발족을 준비중인데.

"외환위기를 겨우 벗어나고 있는 단계에서 외환보유액 일부를 분리해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사례가 없습니다.

해외투자공사를 설립하기 보다는 순수 민간자금으로 조성된 해외투자펀드 설립을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임금 등 한은의 경비예산에 대한 재경부 승인권도 논란거리입니다.

한은의 예산독립에 대한 견해는.

"한은 예산은 금통위에서 심의, 의결하는 것 외에도 국회 국정감사 및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기능수행과 직접 관련되는 경비성 예산에 대해서도 자주성과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