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가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재계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와함께 이번 파문을 빌미로 정부의 기업개혁 강공 드라이브가 걸리는 등 전체 재계가 도매금으로 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곤란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판단해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앞당겨질듯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 인사파동의 후유증을 빨리 가라앉히고 사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선 대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의 한 임원은 "SK의 경우 대주주의 대표권을 최태원 회장이 일괄해서 행사하지만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는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회장이 맡고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 도입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역설했다.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도 "현대 인사파동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우리나라 경영구조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이를 전문경영인 집단이 제도적으로 육성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 직접 개입 우려=유한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현대 인사 파문으로 말미암아 재벌 체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일고 있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재벌 문제점을 시정한다는 명분아래 정부가 경영에 직접 간섭하거나 지난해 선진국 수준으로 도입한 기업지배구조를 또다시 강화할 경우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기업 이사회의 자율성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재계 전체가 불이익을 받는 사태가 생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영안정을 되찾아 나라경제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주는 것이 현대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주주 최우선 경영 펼쳐야=현대 사태를 계기로 "경영실적은 주가로 말한다"는 "주주이익 극대화" 경영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들도 많다.

백기언 크레디리요네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는 "기업의 가치는 경영실적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구조도 중요하다"며 "시장에서 주주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기업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의 인사는 최종적으로 주주들이 해결하고 결정지어야 할 사안"이라며 "여러 대기업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너의 이익보다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