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벤처투자에 나서면서 공공 벤처펀드가 범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 벤처자금이 넘쳐 흐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벤처 거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26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중 정부가 벤처 투자를 위해 직접 만들거나 간접적으로 참여키로 한 펀드가 모두 7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쏟아부을 정부 예산만 3천억원이 잡혀 있다.

정부는 작년말 현재 총 67개 벤처펀드에 1천7백67억원을 출자했다.

이를 합치면 정부는 1백40여개 벤처펀드에 4천7백6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셈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창업투자회사가 조성한 순수민간 투자재원 2조5천5백96억원의 19%에 달하는 규모다.

부처별로 보면 올해 중기청이 50~60개 벤처펀드에 2천억원을 새로 투입키로 했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전문펀드를 10개나 만들어 5백억원을 부을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도 전자와 생물전문투자조합에 2백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과학기술부는 1백50억원을 투자해 과기부 3호 펀드를 만들 예정.

작년의 경우 중기청이 49개 벤처펀드에 8백52억원을 출자한 것을 비롯해 <>정통부가 4백95억원 <>과기부가 3백억원씩을 들여 공공 벤처펀드를 조성했었다.

최근엔 지방자치단체들도 벤처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벤처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같은 공공 벤처펀드가 "공공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

공공 벤처펀드는 취지 자체가 새로운 산업이나 설립초기 벤처기업 등 민간자금이 꺼리는 사각지대에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그같은 "존재이유"가 불확실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창투사의 한 임원은 "올들어 벤처자금이 홍수를 이루면서 돈 걱정을 하는 벤처기업은 거의 없다"며 "이런 판국에 공공펀드마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민간펀드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공 벤처펀드가 민간 벤처캐피털과 공동 출자로 만들어지고 펀드 운용은 민간 창투사에 위탁돼 공공자금이 "수익률 게임"에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부처간 경쟁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벤처펀드 조성을 자제하고 공공자금을 벤처기업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연구개발(R&D) 등 인프라 투자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