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일시불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않다.

경기회복 여파로 비싼 차를 일시불로 사는 이들이 늘어난다지만 대다수의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할부를 선호하고 있다.

자동차 할부는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차는 자동차회사로부터 넘겨받지만 대금은 할부금융사에 내야한다.

따라서 대출때와 똑같이 만기와 적용금리가 정해져 있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2~36개월의 만기에 실세금리가 적용돼온게 관례였다.

선금을 차값(기본가격 기준)의 일정비율만큼 내면 선수율과 신용도에 따라 만기와 금리가 차별 적용되기도 했다.

월별 납부방식도 거의 원리금 상환형태의 정액제였다.

그러나 최근 현대 기아 등이 고객위주의 할부방식을 선보이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때 삼성자동차가 SM5를 초기 시판할 때 시도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현대 기아의 새 할부제도는 한마디로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의 할부금을 갚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경우에 따라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전까지 상환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아는 새 할부방식의 명칭을 "내맘대로 할부"로 정했다.

차값의 5~15%를 선금으로 내면 만기도래시까지 원리금을 자유롭게 갚을 수 있다.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대출상품으로 매달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원금은 만기때 상환해도 된다는 얘기다.

물론 중도에 목돈이 생기면 바로 갚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만기는 1년이지만 고객의 신용도등에 따라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입장에선 선수금을 제외한 할부원금이 1천만원이라면 만기 3년짜리 대출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적용금리가 시중 실세금리보다 다소 비싼 12.8%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기아 카니발의 경우 15%이상의 선수율을 전제로 6%의 저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이 상품은 선수율 <>15%의 경우 18개월 <>30%대는 24개월 <>40%대는 30개월 <>50%이상의 경우 36개월의 만기구조를 갖고 있다.

기아가 카니발에 대해서만 저금리를 적용하는 이유는 현대 대우의 잇따른 신차 출시로 국내 RV(레저용차)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현대도 기아와 유사한 "벤처할부"라는 방식을 내놓았다.

에쿠스를 제외한 승용.승합용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키로 한 것.이는 차종별로 10만원 또는 5~15%의 선수금을 내면 최소 6개월에서 최장 48개월까지 대금을 편한대로 납부토록 하는 방식이다.

적용금리는 기아와 같은 연 12.8%지만 선수율에 따라 적용금리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재 시행중인 "테크노할부"가 3월말로 끝나는 대우도 조만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할부제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사실 할부제도의 확대시행 여부는 할부금융회사들의 자금사정과 관련이 깊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것은 어렵지않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