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호텔롯데 36층 버클리룸.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단이 마련한 "부산지역 경제현안 간담회"에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두 모였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진념 기획예산처 장관,김윤기 건설교통부 장관 등.

혼자만으로도 자리를 빛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힘있는 장관들이 이른 아침에 한자리에 앉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총선"이라는 한마디밖엔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가 한국 경제관료의 수장들이 서 있는 위치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경제장관들이 특정 이익단체의 조찬모임에 "무더기로" 참석한 것은 참 이례적인 일이다.

대중적인 연설이 마련된 자리도 아니고 무슨 합동 발표를 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상급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백명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날 일정이 전날 저녁 갑자기 정해졌다는 점이다.

재경부의 경우 이헌재 장관은 전날 저녁 늦게서야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장관들의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는 것과 높은 사람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보통 이런 모임은 1~2주 전에 참석요청이 들어오는게 예의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 갑작스럽고 "무례한" 요청을 그냥 받아들여 고생스런 새벽일정을 잡았다.

이날은 오전 8시30분에 경제장관간담회,이어 10시엔 국무회의 등 묵직한 회의들이 줄지어 잡혀 있었는데도.

재경부가 요즘 궁지에 몰려있다.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환율과 금리가 불안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유지만 정치적 이유가 더 크다.

연초부터 내놓은 수많은 세금감면 정책들은 총선을 의식한 인기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표"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은 재경부가 아니라 여당에서 발표했던 만큼 그런 비판을 들을 만도 했다.

최근엔 야당이 제기한 국가부채문제와 국부유출문제로 고생하고 있다.

현 정부가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외화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것을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제장관들은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부산지역 표를 의식했다는 설명 외에는 다른 해명이 있을 수 없는 이날 조찬간담회.

이같은 일이 자꾸 반복돼서는 안된다.

"국가부채는 1백조원에 불과하다"는 행정부의 항변이 "여당을 위한 변명"으로 비쳐지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