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0년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3%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GDP는 지난 89년 2.4% 성장을 기록한 이후 9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데는 외부지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농업생산성과 제조업생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농업부문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약 4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농림수산업이 북한 GDP의 약 35% 정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따라서 성장률이 2~3%대는 달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 지난 94년 귀순한 그는 "비료지원과 양호했던 기후조건으로 농업생산이 안정세를 보인 데다 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기계부문 철강부문 생산도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장은 "주변상황을 종합할 때 지난해 플러스 성장이 분명해 보인다"며 그 근거로 10년 가까이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된데 따른 기술적인 반등, 실물생산의 증가 움직임, 국제사회의 지원 등을 들었다.

그는 "플러스 성장으로의 반전이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가능한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도 플러스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외부로부터의 물자지원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따른 현금조달 등이 경제회복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일성 사후 불안했던 정치체제가 점차 안정을 되찾으면서 공장가동률이 증가하는 등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 팀장은 그러나 "외부지원의 영향이 큰 만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해서 북한 경제가 자생력을 되찾았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98년의 3억4천4백84만달러에 비해 약 18% 늘어난 4억5백43만달러를 기록했다.

박해영 기자 bono@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