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노동조합의 방해를 피해 18일 밤 늦게야 가까스로 주총을 열어 김상훈 은행감독원 부원장을 행장으로 선임, 파행주총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날치기 주총"이라며 주총원인무효소송 등 법적투쟁을 벌이면서 행장출근 저지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 20일 행장 취임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애당초 관치금융의 논란을 불러 일으킨 김 행장 선임건은 정치권에서도 쟁점화시킬 조짐이다.

국민은행은 당초 18일 오전10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은행 노조와 금융산업노조 조합원 3백여명이 주총장을 봉쇄하는 바람에 12시간이 넘도록 개회조차 못했다.

은행임원들과 노조는 오후내내 주총개회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측이 임원들에게 이사선임 안건은 처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오후 10시5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심야의 "작전"이 펼쳐졌다.

노조원들이 주총장을 봉쇄하고 있는 사이 6층 행장집무대행실에선 골드만 삭스 등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임원과 재경부관계자만 참석, 기습 주총을 열고 15분만에 결산보고, 이사선임, 정관변경건 등 모든 안건을 처리했다.

곧이어 호텔롯데 38층에선 비상임이사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열어 김 부원장을 행장으로 선임했다.

안경상 행장집무대행은 "주주들로부터 62.21%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총을 진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오세종 이사회의장 등 사외이사 3명은 "능력있는 정부인사가 은행장이 되는 것은 관치금융이 아니며 이번 행장 선임은 4단계를 거쳐 이뤄진 만큼 객관적이고 모범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노조원들은 행장취임식이 예정된 20일부터 김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실력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당과 노동계가 "관치금융"을 정치쟁점화 할 경우엔 국민은행 문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번져갈 가능성도 있다.

대주주인 골드만 삭스의 반응도 관심거리다.

이날 오전 주총장엔 지난해 5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골드만삭스의 상임이사 헨리코넬이 참석, 파행현장을 지켜 봤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골드만 삭스가 행장선임과 주총과정을 보고 많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가 두달 후 주식을 팔수 있게 된 시점에서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주식을 처분해버리거나 다른 외국인 주주들과 연대해 지분을 높인후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헨리 코넬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성완 기자 ps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