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은 최근 금융회사들의 운영리스크 관리기법을 논의하는 ''한국금융기관의 운영리스크 관리와 발전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장봉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주제발표자로 나서 ''금융기관의 운영리스크 관리와 감독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파생금융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위험도가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금융산업의 국제화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경쟁하며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 및 미래의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금까지 리스크 관리의 주대상이었던 신용 및 시장위험 뿐 아니라 운영리스크에 대해서도 적극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운영리스크에 대한 정의와 관리방법 등은 아직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못한 상태다.

시장과 신용리스크를 제외한 모든 리스크를 운영리스크라고 보는 의견도 있고 결제 및 전산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하는 거래적 리스크로 한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운영시스템 관리가 금융기관 존폐와 직결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근 세계적인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운영리스크 관리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백33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 베어링스 그룹의 도산은 운영리스크 관리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는 Y2K 문제도 운영리스크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운영리스크는 종종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지거나 업무처리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극심한 비효율을 초래한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리스크량을 측정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정책,업무프로세스,관리 및 보고체계 등에 걸친 종합적인 운영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자동화 및 업무공유 시스템 등을 통해 운영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금융감독원도 각 금융기관의 업무프로세스 강화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방식 역시 내부 통제체제 및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감독당국이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체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내부통제기능이 건전성은 물론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준법감시인제도(Compliance Officer)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준법감시 기능이란 금융기관 임직원이 법령 내규 관행 및 도덕적 기준 등을 위반하는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자기통제 활동을 의미한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기능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나라 금융환경에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준법감시인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의 준법감시인에 대한 자격과 임기중 교체를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현행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제도를 개편,은행의 경우 시장리스크에 대해서도 자기자본 적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신 BIS자기자본제도"의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현재 2001년 12월31일 시행을 목표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신용 및 시장리스크 관리에 대한 체제정비와 내부경영방식의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지난해 6월 국제결제은행은 현행 BIS 자기자본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신용도를 평가할 때 외부기관의 평가결과와 내부시스템에 의한 평가를 인정하고 특히 운영리스크와 금리리스크에 대해서도 자기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운영리스크의 계량적 측정방법이 아직 국제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감독당국의 재량에 의해 운영리스크를 자기자본에 반영토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기자본제도가 BIS 기준을 따라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운영리스크에 대해서도 자기자본 적립의무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리스크관리에 대한 질적 및 양적 평가항목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미래에는 리스크관리능력이 금융기관 경영평가의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시장의 힘에 의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거칠 것이다.

특히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조정이다.

생산성 향상이 목표다.

이를 위해 각 금융기관들은 소유 및 지배구조 개선,리스크관리,성과관리 등 내부적으로 경쟁과 견제의 원리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예금보험의 보장범위가 축소되는 올해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우량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곧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수준에 따라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리스크관리를 금융기관의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리=박해영 기자 bono@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