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벤처 자금이 일시에 한국으로 몰리면서 투자배경과 대상, 그리고 국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다.

"손정의 펀드"로 불리는 소프트뱅크는 최근 국내 4개사에 대한 1차 투자를 확정한데 이어 올해 4억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히카리통신도 최대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트랜스코스모스는 14일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4천만달러를 국내 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3대 벤처캐피털이 일시에 한국 인터넷 벤처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 투자배경 =이들이 한국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지금이 한국 인터넷 시장에 진출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인터넷 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어 잘못하다가는 주요 한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이홍선 사장(소프트뱅크코리아)의 지적이 이들의 한국 진출 배경을 잘 설명해 준다.

현재 한국은 벤처기업의 성장속도를 나타내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기업공개(IPO)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은 모두 2백50-3백여개.

지난해 30여개에 비해 무려 8배이상 늘어난 규모다.

인터넷 벤처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앞선 미국의 지난해 규모와 맞먹는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도 급증, 성장속도는 이미 일본을 추월한 상태다.

1월말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는 1천1백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인터넷 산업의 중심 국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일본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벤처 캐피털은 한국 인터넷 시장 선점을 통해 아시아 인터넷 시장을 석권한다는 계산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할수 있는 기업을 최우선 투자대상으로 꼽고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투자 기업들을 한데 묶어 아시아 시장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 공동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은 실제 상당수의 한국 인터넷 기업이 독특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투자대상업체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모델과 솔루션을 가진 업체들이 1차적인 투자 대상이다.

실제 소프트뱅크의 경우 지난달 1차 투자대상으로 발표한 시큐어소프트 알리바바코리아 헤이아니타코리아가 모두 이런 기준에서 결정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문규학 부사장은 "소프트뱅크웹인스티튜트는 자체 웹마스터 인증시스템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수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히카리통신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투자한 옥션 뉴씨엔씨 네오웨이브등은 인터넷 경매 솔루션등 각기 차별화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라이코스코리아 포털서비스 시장을 이미 상당히 선점한 것으로 판단,투자 대상이 됐다.

히카리통신은 특히 합작을 통해 일본 시장으로 사업모델을 수입해가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한글과컴퓨터 네띠앙등에는 이런 목적 아래 투자가 이뤄졌으며 채팅업체인 하늘사랑도 이같은 방식으로 일본에 진출할 예정이다.

트랜스코스모스의 전략은 1차 투자대상 선정에서 잘 드러난다.

IBR은 인터넷 인트라및 네트워크 업체로 세계 시장 진출에도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 트랜스코스모스는 4천만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고 앞으로도 이같은 인프라 기업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 한국 벤처시장에 미치는 영향 =일본 벤처투자 기업의 국내 진출건수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벤처기업들도 이들의 자금을 선호하고 있다.

해외 진출시 이들 투자사가 해외 제휴선을 마련해 주고 진출 자금도 지원해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내 인터넷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는게 국내 업체들의 공통된 시작이다.

따라서 국내 업계도 일본 벤처자금의 한국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육성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