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위상이 막강한 것은 법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적 여건이 성숙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위상에 대해 이런 요지의 내부보고서를 작성,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은은 12일 "중앙은행으로서 한은 위상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위상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앙은행중 가장 취약하다거나 <>한은의 금리정책은 선진국과 달리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상 상승에 따른 심리적인 박탈감으로 한은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 FRB가 강한 이유=의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통해 FRB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받고 있다.

FRB의 반인플레이션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채권투자자들과 의장의 임기를 준수하는 행정부의 합리적인 태도도 FRB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한은의 위상과 진로=한국의 경우 국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또 국민들이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주로 투자해 왔기 때문에 인플레 위험에 맞서 싸울 여론계층이 두껍지 않다.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잦은 경영간섭과 자의적인 시장개입도 한은의 시장지배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중앙은행이 제위상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

한은은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때로는 정부 등과 정책적으로 대립하면서도 물가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일관성있고 시의적절한 통화신용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유병연 기자 yooby@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