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들이 싯가배당을 결의하고 나섬으로써 국내 증시도 싯가배당의 시대로 들어섰다.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호전되고 있는데다 주가를 올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다른 회사들도 싯가배당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싯가배당은 단순히 배당의 기준이 기존의 액면가에서 싯가(결산기말 종가)로 바뀐다는데 그치지않는다.

싯가배당에는 배당수익률을 실세금리 수준으로 올린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2% 안팎에 그쳤다.

따라서 싯가배당을 하면 배당금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주중심 경영의 핵심=증권업협회 이상훈 상무는 싯가배당제 도입에 대해 "주주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배당을 겨냥한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증시 선진국들은 모두 싯가를 기준으로 배당을 한다.

우리는 액면가를 토대로 배당금을 산정한다.

두자릿수 배당률이라고 해봐야 주주들 손에 쥐어지는 돈은 쥐꼬리만하다.

주가가 5만원인 기업이 액면기준으로 10%의 배당을 한다고 치자.

주당 배당금은 액면가 5천원의 10%인 5백원이다.

싯가와 대비한 배당수익률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통상 실세금리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하는 싯가배당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실세금리는 연1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을 실세금리 수준으로 맞추려면 주당 5천원의 배당을 해야한다.

실세금리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배당수익률을 지금보다는 높여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싯가배당이 주주중시 경영의 중요한 포인트로 여겨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증권사들이 싯가배당을 결의한데는 제도적인 모순을 해소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현재 주식을 발행할 때엔 시가발행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배당은 액면가로 산정된다.

팔때는 비싼 값을 적용하고 돌려줄 때는 헐값을 적용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총대"를 매고나선 것은 지난해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이 예상돼 재원이 충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싯가배당 어떻게 하나=사장단 결의 직후 국내 증권사들은 법제팀 총무팀 등을 통해 싯가배당 관련 제도 마련에 서둘러 착수했다.

그러나 상법상의 배당이 현금,또는 싯가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어 시행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순이익 규모와 배당금 사이를 어떻게 잘 저울질해서 적정 배당률을 결정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배당률을 이사회 결의후 주총에서 승인받거나 결산기말 주주명부 등재자를 대상으로 주총후 2-3주일후 지급하는 것 등은 기존과 똑같다.

다만 결산기말 종가를 싯가로 채택해 배당금을 계산한다는 점만 다르다.

<>기업차별화 기폭제=증권업계의 이번 결의로 다른 업종에서도 싯가배당을 도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가관리 압력이 가뜩이나 높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먼저 치고 나온 만큼 제조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싯가배당이 정착되면 기업간 차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LG증권 강종석 법제팀장은 "배당이 많은 회사와 그렇지 못한 곳의 구분이 명확해 질 것"이라며 "회사로선 자신들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당성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그동안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두자릿수 배당률은 사라지고 대신 배당금 규모가 가치판단의 척도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싯가배당이 가져올 가장 큰 영향은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팀장은 "배당은 결국 그 회사의 안정적인 실적을 근거로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싯가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경우 성장성을 토대로 급속 성장한 코스닥시장과 그렇지 못한 거래소 시장의 차이도 많이 메워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