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8일 "은행경영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며 일부 은행경영진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고려대 경제인회가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일부 은행 임원들이
자신들의 임기에만 연연하고 있다"며 은행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은행들의 경영개선 노력이 미흡하다"
고 지적하고 "은행 경영진이 다른 은행과 비교해 모나지 않게만 행동하면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곧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또 "은행 주총을 앞두고 자리를 지키거나 얻기 위해 뛰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예금보호한도 축소를 연기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는
IMF 체제를 다시 불러들이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축했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 이 위원장은 "현재 64조원의 공적자금이 거의 다
투입됐다"며 "아직 구조조정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경영정상화가 더뎌 주가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을 내다 팔 수는 없다"고 말해 공적자금 회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의 급성장에 대해 "벤처기업들이 창의적인 기술력
과 새로운 기업가 정신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거래소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상장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이 투명한 경영을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