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일본의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세계 자금조달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 사무라이본드 시장 동향 =2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99회계연도
들어 세계 각국이 사무라이본드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가 총
6천5백95억엔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확정된 물량을 감안하면 99회계연도에는 8천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
되고 있다.

이같은 규모는 98회계연도에 비해 무려 7.7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 이후 일본이
제로금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미국을 위시한 여타 선전국들은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과 여타 선진국의 금리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같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현재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촉발하는데 일조한 "엔 캐리 트레이딩"이
재연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딩"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자자들이 값싼 엔화 자금을
조달해 달러화 등 여타 통화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96회계연도에 사무라이본드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무려 1조2천8백억엔에 달했던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간 금리차를 감안할 때 사무라이본드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때 연 6.7%대에 달했던 미국 30년 국채수익률이 최근에는 연 6.1%대로
하락했다.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채권값이 높아지고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엔화 가치는 1백10엔대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엔 케리 트레이딩"이 지속될 경우 엔화 약세국면은 좀더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예측기관들도 올해말 엔화 가치를 1백15~1백20엔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향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로서는
수출에 미칠 타격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올해들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관련 기관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이 엔.달러 환율에 크게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임을 감안하면
무역적자 추세는 기조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정부는 외화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아직까지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과거 외환위기 직전에 종금사
를 비롯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값싼 엔화 자금을 조달해 동남아 부동산,
러시아 채권에 투자한 바 있다.

결국 외화조달과 운용상의 미스매치 현상이 외환위기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