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어음제도개선방안의 핵심은 어음거래가 자연스럽게 줄어
들도록 유도하는데 있다.

정부의 입장은 점진적 축소다.

현재 시중의 어음잔액은 79조6천여억원.

갑작스런 어음제도 폐지는 시중유동성 부족사태를 끌고 올 수 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교섭력이 다르기 때문에 어음제도 폐지는 자칫
외상거래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 새로운 결제수단, 구매자금융제도와 기업구매전용카드 =구매자금융제도
는 구매기업과 납품기업간 결제에 은행을 끼워 넣는 결제방식이다.

납품기업은 납품 후 구매기업을 지급인으로 하는 환어음을 발행, 은행에
추심을 의뢰한다.

구매기업은 환어음을 인수함과 동시에 대금결제에 필요한 자금을 거래은행
으로부터 대출받는다.

이렇게 되면 납품업자는 납품대금을 하루나 이틀만에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대금회수에 평균 1백35일이 걸리는 어음결제와 비교하면 납품기업이 크게
환영할만한 결제방식이다.

기업구매전용카드제도는 LG전자 등 일부 기업이 하나 한미 신한은행 등과
함께 시행하고 있다.

납품업체가 카드가맹점이고, 구매기업은 카드이용자라고 생각하면 정확
하다.

<> 구매자금융 지원 방안 =어음제도 개선방안은 구매자금융과 기업구매
전용카드 이용기업에 대한 지원을 한 축으로 한다.

먼저 세제지원이다.

두 방식을 이용한 결제액에 비례해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감면한다.

공제액 계산식은(환어음결제액+구매전용카드결제액-어음발행액) x 0.5%다.

한도는 소득세.법인세 산출세액의 10%다.

단 중소기업기본법상의 중소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매자금융제도를 통한 대금결제실적을 세무조사대상 선정기준에 반영
하겠다는 것도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30대 계열은 제외)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관이 우선적
으로 보증해 주고 정부입찰 적격심사 때 가점을 부여한다.

은행들에는 구매자금융을 많이 취급하도록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해준다.

방안의 다른 한 축은 어음제도에 대한 규제강화다.

어음부도기업의 신용불량정보 해제요건을 엄격하게 바꾸고 기록보존기간도
늘렸다.

<> 문제점 =규모가 큰 기업 입장에선 구매자금융이 좋을게 없다.

어음으로 결제할때는 납품업체가 금융비용을 부담했지만 이제는 구매기업
이 떠안아야 한다.

큰 기업들은 자신이 물어야 할 이자비용을 어떤 방식으로든 거래기업에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품대금에서 이자 만큼을 떼고 주는 등의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 김인식 기자 sskis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