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엔화 가치마저 급락, 한국 경제가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 채권 환매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겨우 잠드는가 싶더니 무역
수지가 큰폭의 적자로 돌아서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과소비 조짐도
나타나 한국 경제에 다시 거품이 일고 있는 모습도 완연하다.

엔화 가치는 미국 무디스사가 일본 국채신용등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고 발표한후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백10.14엔(종가)까지
떨어졌다.

5개월만에 최저수준이다.

엔저는 일본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 주력
업종의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

수출 1위 품목인 D램 반도체 가격도 이날 개당 5달러(64메가 기준) 선으로
떨어져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

유가가 급등, 지난 1월중 무역수지가 2년3개월만에 4억달러 적자를 기록
한데 이어 이달들어 15일 현재 적자폭이 13억9천2백만달러로 확대됐다.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은 "1/4분기에 11억달러의 흑자를 예상했지만 현
추세로는 이에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최근 무역수지 동향을 점검하고
수출경쟁력 제고방안을 협의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선 환율안정을 건의했지만 정부가 외환시장에 쉽게 개입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경제주체들은 너나없이 거품심리가 만연해 있다.

정부부터 재정건전화는 뒷전이고 선심성 정책에 더 신경을 쏟고 있다.

"생산적 복지"라는 구호 아래 비생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실업대책,
저소득층 대책을 쏟아낸다.

해외 여행객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출국자수는 43만2천명으로 작년동기보다 24.3% 늘었다.

지난해 16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냈던 여행수지는 2년만에 적자로 반전,
지난 1월 4천5백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소득.이전수지는 올해 50억5천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5억달러이상
커질 전망이다.

사치성 소비재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일부 고급 아파트의 경우 내장재를 모두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다.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데도 경차는 거의 팔리지 않고 중대형차만 호황이다.

과소비 성향은 저소득층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이같은 거품은 오는 4월 선거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를 다시 수렁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각 경제주체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던 초기의 자세로 돌아갈 시점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