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이후 오름세를 거듭해온 국제 원유가격(서부텍사스 중질유 3월
인도물 기준)은 14일 뉴욕시장에서 배럴당 30.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0.25달러로 장을 마쳐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런던석유시장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은 장중 배럴당 27.46달러
로 전날보다 33센트 오르는 등 초강세를 이어갔다.

국제 유가가 숨가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멕시코 등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을 합의한 지난해
4월이후 10개월 넘게 하루 2백만배럴 이상의 생산량을 줄여 왔다.

반면 수요는 겨울철을 맞아 꾸준히 늘었다.

특히 경제위기를 벗어난 아시아 지역 등의 석유 소비가 크게 증가, 유가는
올해들어서만 18%나 올랐다.

지속적인 공급부족과 수요증가는 석유재고량을 크게 떨어뜨려 미국의 석유
제품 재고는 1976년 8월 이후 최저치인 2억8천3백만배럴에 머물고 있다.

정유공장 가동률도 85%선으로 1993년 이후 최저치다.

심리적인 불안 요인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원유 수출국인 이라크가 14일 석유장비 부품 구매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산유량을 10% 더 줄이겠다고 경고, 유가는 30달러선
을 훌쩍 뛰어넘었다.

OPEC의 현행 감산조치가 원래 시한인 3월말에서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유가상승세에 일조했다.

쇼크리 가넴 OPEC 연구부장은 이날 "일부 산유국들이 다음달 27일 OPEC
회의에서 산유량을 증산하기로 이미 합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OPEC 내부에서 감산 시한 연장을 지지하는 회원국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감산조치가 9월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가 강세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배럴당 30달러선을 넘는
초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이
깨지고 이는 결국 산유국들의 이익에도 배치된다는 생각이 산유국 사이에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감산합의 고수를 주장해온 이란의 석유부 소식통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을 넘어서면 산유국들이 증산을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따라서 뉴욕시장의 유가가 3월 인도분 거래 마지막날인 14일 3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15일부터는 다시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30달러선을 돌파한 이상 2월말까지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동향을 가늠하기 위해 오는 23일 열리는
아랍 석유장관 회담과 3월2일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간의 회담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이미 증산을 제안한 상황에서 사우디와 멕시코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OPEC의 감산합의 준수여부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다.

한편 OPEC는 오는 3월27일 총회에서 감산조치의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