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에 있는 "아가의집"은 소문난 점포다.

업계에서는 장사 잘되기로, 고객들에게는 서비스 좋기로 유명하다.

또 유.아동복점 점주들 사이에는 매장이 예쁘게 꾸민 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덕분에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종종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이 매장은
패션전문가들이 꼽는 최고 점포중 하나다.

아가의집은 유아복 전문업체 아가방 역삼점의 또다른 이름이다.

이 점포의 매출은 한달 평균 2억3천만원(매장면적 1백평).

하루 최고 2천만원까지도 팔아봤다.

관계자들은 "한벌에 2~3만원하는 아기옷 단가보다 10배정도 높은 성인복
매장에서도 이 정도 매출을 올리기는 힘들다"고 놀라워한다.

이같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뛰어난 입지조건이다.

길건너편 사거리에 불임 클리닉과 산부인과로 유명한 차병원이 자리잡고
있고 매장 바로 옆에는 병원 주차장이 있다.

아기 갖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산달을 기다리는 산모들은 병원을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이 점포에 눈길을 주게 된다.

특별한 홍보없이도 장사가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산부인과 병원과 유아복점"이라는 환상적인 궁합이 아무런 노력없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아가의집을 연 이창규 사장의 탁월한 안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10년전 아가방 영업부의 핵심멤버였던 그는 "당시 구두가게였던 지금의
매장자리를 보자마자 "찜"해버렸다"고 말한다.

90년대초 차병원 사거리는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들이 파리만 날리는
"죽은 상권"이었다.

또 서울 시내의 대표적인 상습교통정체지역으로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적었다.

하지만 아기옷 팔기에는 이만한 상권이 없다고 판단한 이사장은 우선
구두가게 주변에 자신의 명함을 뿌렸다.

점포를 팔려고 내놓으면 바로 연락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몇개월을 기다려 간판을 올리게 된 아가의집은 장사시작 첫 달에
3천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A급 백화점 의류매장매출에 버금가는 액수였다.

아가의집은 "아무리 병원앞이라도 죽은 상권에서 장사 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깨끗히 잠재우며 단번에 최고의 의류매장으로 뛰어올랐다.

이 사장은 자신의 매장이 순항할 수 있었던 두번째 비결로 차병원 사거리의
고질적인 교통정체를 들었다.

"운전자들은 차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변을 살펴보며
구경거리를 찾게 됩니다. 이때 도로 가까이에 있는 매장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면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요. 그렇다면 우리 점포가 볼거리를
제공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장은 가게 전면을 가리고 있던 기둥을 뽑아버리고 대신 통유리를
끼웠다.

또 될 수 있는 한 많은 상품이 밖에서 보이도록 진열했다.

밤 9시 문을 닫은 후에도 자정까지는 간판 불을 환하게 켜놓기도 했다.

예상대로 이 전략은 상당한 광고효과를 가져왔다.

상계동이나 홍제동, 일산에서까지 이 점포를 찾아왔다.

모두 차타고 지나가다가 이 점포를 기억해둔 사람들이었다.

오픈 초기 고객의 90%이상을 차지하던 차병원 손님 비중이 이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사장은 지금도 매장가꾸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1억원이상을 투자, 새롭게 매장얼굴을 꾸민다.

널찍한 동선과 편안한 휴게실은 아가의집의 자랑이다.

"움직임이 불편하고 오래 서있기 힘든 임산부들에게는 꼭 필요한 쇼핑환경"
이라는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또 꼭 당일배달 한다는 원칙과 도자기 식기 등 주부들이 좋아할만한 사은품
증정, 각종 불편사항 1백% 처리원칙도 매장을 돋보이게 하는 일등 판매전략
이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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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포인트 >

1. 유명산부인과 바로 앞이라는 뛰어난 입지조건

2. 눈을 잡아끄는 매장 전경

3. 임산부 전용코너 등 고객을 배려한 인테리어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