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초 유명 벤처기업의 임원이 사장을 "유인 납치"한 사건이 벌어
졌다.

이동통신 장비 메이커인 KMW의 최병훈 상무(당시 이사)가 김덕용 사장을
꾀어낸 사건이다.

최 상무는 당시 기흥 톨게이트 인근의 본사로 출근하는 김 사장에게 핸드폰
으로 급한 일이 생겼으니 가남휴게소로 와달라고 긴급 타전했다.

최 상무는 중대한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며 김 사장을 용평의 한 콘도로
"유인"했다.

거기서 최 상무는 인감증명서가 부착된 사직서를 김 사장에게 내밀었다.

주주들과 약속한 대로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해야 하는 데 IMF 한파로
영업지표가 만족스럽지 못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 두렵다는 이유
였다.

고민에 빠진 김 사장에게 최 상무는 한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김 사장 개인 주식 1백억원어치를 회사에 내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지난 96년 자신이 보유한 지분중 12.5%인 4만5천주(당시 시가 70억원)를
사원복지 기금으로 내놓을 정도로 배포가 큰 김 사장이지만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하다 김 사장은 "파이를 키워 모두 나눠갖자"는 최 상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그 길로 주문진으로 향했다.

바닷가에서 2만원어치의 회와 소주를 들며 1백억원 기부의 "현명한 선택"을
자축했다.

"1백억원 뜯기고도 그렇게 마음 홀가분하고 기분 좋더라"고 김 사장은
나중에 말했다.

그 후 김 사장은 지분 10%(12만5천주)를 처분, 1백1억원의 큰 돈을 회사에
고스란히 안겼다.

벤처기업으로선 전례없는 일이었다.

이 돈은 연구개발 및 부채상환에 쓰여졌다.

지난해 매출 5백70억원, 당기순이익 1백52억원을 달성한 배경이다.

KMW는 다음달 부채비율 56%의 초우량 상태로 코스닥에 등록한다.

벤처산업사에 "그 보스에 그 참모"로 기록될 만한 주인공들이다.

벤처기업의 성패는 첫째 경영자, 둘째 참모, 셋째 기술진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 거의 좌우한다.

때문에 성장 벤처기업들은 요즘 실무능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참모를 구하기
위해 혈안들이다.

CFO(재무경영자) CTO(기술경영자) COO(관리경영자) 등을 두는 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주로 대기업 출신이나 해외 유학파 고급두뇌들이 스카웃 대상이다.

물론 자체 중간 관리자들이 노리는 선망의 자리이기도 하다.

로커스 연우엔지니어링 성진씨앤씨 등은 "분리.책임 경영"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 회사의 경영자들은 참모들에게 관장업무에 대해선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당연히 상호 관계는 두터운 신뢰에 바탕해 있다.

보스경영에서 조직경영으로 순탄하게 이행할 때 기업 고객 주주 모두에
이익을 안겨주는 "트리플 윈(Triple Win)"이 실현되는 것이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