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앞으로 은행들의 과거 부실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은행들이 담보챙기기를 지양하고 철저한 심사와 신용대출에 적극적
으로 임해줄 것을 강도높게 주문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여 동안 벌여온 은행들의 부실책임 규명
검사가 오는 15일 신한은행을 끝으로 마감된다고 7일 밝혔다.

조흥 국민은행의 검사조치 결과는 금주말에 발표된다.

이로써 11개 시중은행의 부실책임 규명검사가 끝난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은행에 손해를 끼친 8개 은행의 임직원 4백42명(임원
1백25명 포함)을 징계했다.

은행당 55명꼴이다.

한빛은행은 무려 1백13명이 징계받았다.

조흥 국민 신한은행까지 부실책임자를 문책하고 완전히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들이 과거 부실에 발목이 잡혀 금융관행이 거꾸로 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책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신용대출이 얼어붙고 대출부서는 기피부서 1호가
됐다.

은행의 운명은 여신건전성에 달려 있는데 우수한 인력이 대출부서에 안가면
은행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날처럼 담보가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고 사업전망이 좋아도 현재 재무
구조가 나쁘면 은행돈을 꾸기 어려운 양상도 벌어졌다.

금감원은 조만간 부실규명 검사의 종료를 공식선언할 방침이다.

지금 은행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은 과거를 잊고 소신껏 일하라는 면죄부
를 주겠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과거 부실책임을 더 강하게 추궁해야 한다는 비판여론과 은행의
신용대출 위축 등 부작용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은행부실이 은행원들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인정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도 금감위원장 시절 "새천년엔 은행들이 부실책임을
털고 새출발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법과 제도가 새로 정비된 뒤 벌어진 위법.위규행위는 더 철저히
징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도 테두리 안에서라면 벤처.중소기업에 돈을 꿔줬다가 물려도
무조건 결과(부실)만 놓고 책임을 묻진 않을 방침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