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해 70조원이 넘는 세금을 거두어 당초 징수계획(세입예산)
보다 3조5천5백31억원(5.3%)을 초과 달성했다.

이같은 징세규모와 초과징수액은 개청 이래 최대치다.

국세청은 1일 "99년 세수실적"을 통해 지난해 지방세 관세 등을 제외한
징수액은 70조2천7백6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998년의 63조5천3백15억원에 비해 6조7천4백46억원(10.6%)이 늘어난
액수다.

그러나 간접세 비중이 크게 높아져 조세구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 증권거래세 4백50% 폭증 =지난해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증가와 증시활황세
에 힘입어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간접세가 6조6천94억원이나 증가했다.

간접세중에선 부가세와 특별소비세 징수액이 98년보다 각각 28.6%와 21.5%
늘었다.

주세도 14.5% 증가했다.

특히 증권거래세는 사상 최대규모인 1조3천5백37억원이 걷혀 98년보다 무려
4백58.2%나 늘어났다.

반면 직접세는 1조9천7백32억원 줄었다.

외환위기로 악화된 기업들의 98년 영업실적이 반영된데다 서민층에 대한
소득세 경감조치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경우 전년보다 각각 13.1%와 7.8% 감소했다.

그나마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재평가세와 상속.증여세가 각각 1백22.5%와
32.6% 증가해 전체 직접세의 감소폭을 줄였다.

<> 간접세 비중 급증 =지난해 국세청 징수실적중 부가세와 특소세 등 간접세
비중은 50.7%(27조5천65억원)로 소득세와 법인세 등으로 구성된 직접세 비중
(49.3%)을 앞질렀다.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이 내는 간접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50.1%에서 98년 42.1%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간접세가 늘어나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

그만큼 세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간접세는 경기회복과 함께 바로 늘어나는데 비해 직접세는 다음해
세수에 반영되는게 통례"라며 "간접세 비중이 확대된 것은 일시적인 현상"
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서구 복지국가에선 간접세보다 소득
이나 재산에 물리는 직접세 비중이 높은 실정"이라며 "간접세 비중을 낮추고
직접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개선해 중산층의 근로의욕을 북돋워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 재정적자 축소에 기여 =국세청은 "지난해 목표보다 많이 걷힌 세금은
나라 빚을 갚거나 올해 추경예산 편성 재원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외환위기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라빚을 줄이고 생산적 복지
지원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폭도 국세수입이 호조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치인 5.1%에서 2.9%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당초 2004년으로 잡은 균형재정 회복시기를 앞당긴다
는 복안이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오는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는 등
사회복지예산이 큰폭으로 확대되고 공무원연금의 재정상태가 악화되는 등
낙관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