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주력 시장인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 회복으로 종이 수요가 늘어난데다
IMF사태 이후 개척한 미국과 유럽 시장도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무역수지 적자산업이었던 제지업종
이 수출 효자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4일 제지공업연합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사태 직후인 지난 97년말부터
내수물량 해소를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온 제지업체들은 올해에도
수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신문용지 업체인 팬 아시아 페이퍼는 올해 전체 생산물량 80만t 가운데
40만t 이상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구미 시장에 대한 수출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경기 회복으로
종이 수요가 늘어 수출규모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지업체 입장에선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 회복은 백판지 수출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수출을 재개해 포장재 수요가 늘어나면 원자재인 백판지
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백판지 37만t 가량을 수출한 한솔제지는 올해 목표를
이보다 늘려 잡았다.

대한펄프 신풍 세림제지 한창 등 다른 백판지 생산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지업체들이 수출에 적극 나서면서 제지업종의 무역수지 상황도 크게
바뀌었다.

만년 적자에서 어엿한 흑자 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종이 수출은 17억3천만달러로 96년의 11억8천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수입은 4억4천만달러로 96년의 7억1천만달러보다 대폭 줄었다.

종이 원료인 펄프의 경우 96년 11억8천만달러 수입에서 지난해는 9억3천만
달러에 그쳤다.

96년 7억1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엔 4억3천만달러의 흑자로
반전됐다.

제지업계는 이에대해 "내수물량이 워낙 많아 수출에 신경을 쓰지 않던 제지
업체들이 IMF 이후 침체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한솔제지의 경우 96년 전체 판매의 13%였던 수출비중은 지난해 50%로
올라갔다.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몰렸던 수출지역을 미국 남미 중동 등으로 다변화해
수출대상국가가 96년 80개국에서 지난해 95개로 늘어난 것도 수출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

이밖에 IMF 사태 이후 폐지 활용이 늘어 펄프수입량이 줄어든 점도 제지업종
무역수지 흑자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IMF사태로 인한 시장개척 노력이 수출에는 큰 도움이
된 셈"이라며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한편 해외 메이저들의
국내 진출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