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끝낸 기업의 경영 화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때마침 뉴 밀레니엄을 맞은 기업들은 광속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경영환경은 글로벌화(Globalization) 연계성(Network) 신속성(Speed)
유연화(Flexibility)로 대표되는 대변혁기에 접어들었다.

"끊임없이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은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최근
포브스지 기고문)

"비즈니스의 틀을 다시 짜라"는 최근 메릴린치 보고서도 긴박감을 더해준다.

심지어 류 플랫 휴렛 팩커드 회장은 "기존 제품을 과감히 포기하라"고
말한다.

이 길만이 최고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는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환경에 걸맞는 전략을 짜느라 새해 벽두부터
부산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선택해야 할 핵심 경영전략으로 네트워크(Network)경영과
포커스(Focus)경영을 꼽고 있다.

네트워크 경영이란 <>선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비핵심 업무 아웃소싱
(외부조달) <>고객 네트워크의 구축 등을 말한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자사가 매력적인
제휴 대상이 되도록 핵심역량과 강점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손길승 SK 회장은 "2대 핵심주력업종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최고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외자유치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경영의 또다른 키워드는 글로벌 아웃소싱 체제의 구축이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가장 싸게 조달한다"는 아웃소싱은 자원활용의 효율성
을 높여준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는 부품 공급업체가 자율적으로 설계 및 절차
등의 개선점을 제안하는 SCORE(Supplier Cost Reduction Effort)프로그램까지
운영할 정도로 외부 부품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전략 컨설턴트인 리차드 코치는 최근 펴낸 "80대20 원칙"이란
저서에서 "수익성이 높은 20퍼센트에 집중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버려라.
핵심적인 부문이외에는 아웃소싱하라"고 외쳤다.

사실 80대20 원칙은 1897년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정립했다.

1백년이 지나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 네트워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세기를 주도할 고객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

기업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매스 마케팅보다는 인터넷과 데이타
베이스 등을 활용한 일대일 마케팅에 승부를 걸었다.

네크워크 경영과 함께 포커스 경영은 글로벌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

정몽구 현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신년사에서 선택된
핵심역량에 투자와 인력을 집중,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커스 경영 플랜을 밝혔다.

포커스 경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 강화 <>사업의 소수 정예화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축 이동 등을 담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장잠재력이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인터넷 비즈니스 위주로 재편하고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에도 역점을
두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같은 글로벌 경영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이후 올해 첫 시행되는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에도 적응해야 한다.

바로 주주와 고객, 종업원 중심의 투명경영이다.

이런 점에서 "주주의 이익과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정몽구 현대 회장)고 강조한 책임경영 메시지가 던지는 의미는
크다.

패러다임은 시스템의 문제다.

"고도의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미래 산업환경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와 혜안만으로 불가능하다. 이제는 시스템으로 경쟁할
때다"(김희천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재계는 네트워크와 포커스 경영이란 새로운 시스템을 구조조정이후 한국형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올해 분주한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