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인터넷이 기업생존의 필수조건이자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는
21세기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떠오른 시기였다.

단순한 의사소통도구에 불과하던 인터넷은 개방성.자율성.상호작용성이라는
웹(Web)의 특성을 기반으로 기업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설비와 노동, 자본 등 기존 업체를 보호해주던 높은 진입장벽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고객가치, 서비스, 콘텐츠의 질과 같은 무형 자산이 경쟁우위를 결정짓는
요소로 떠올랐다.

AOL, 야후, 아마존 등 혜성같이 나타난 인터넷 기업들은 거대한 설비과
비대한 조직에 허덕이던 제조업체들을 제치고 21세기 산업혁명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말 3백10만명 수준이던 인터넷 이용자는 11월말 7백만명을
넘어섰다.

2000년에는 1천1백5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규모도 올해 3천8백7억원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1백50%씩
증가해 2002년에는 5조8천9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에 따라 대기업간의 영역다툼도 사이버공간으로 급속하게 옮겨붙었다.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의 진두지휘아래 잇따라 인터넷 관련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삼성SDS를 양축으로 포털서비스와 인터넷 쇼핑몰.
사이버무역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

LG도 데이콤에 인터넷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쇼핑몰.
무역.홈쇼핑 사업들과 연계한 사업을 벌여나갔다.

SK도 SK상사를 중심으로 2년간 3천8백억원을 투입해 사이버쇼핑몰과
통신판매.인터넷무역사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중견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화는 3년간 3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총 매출의 30%이상을 인터넷사업에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여행.동호인.무역전문 사이트를 발전시키고 인터넷쇼핑몰.보안컨설팅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코오롱.한솔.제일제당 등도 코오롱상사.한솔엠닷컴.CJ코퍼레이션 등 인터넷
주력계열사를 주축으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와 사이버무역.유무선포털사이트
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기존 사업모델도 인터넷환경에 맞게 혁신적으로 변화해갔다.

종합상사는 인터넷 무역사이트를 잇따라 개설해 인콰이어리에서부터 오퍼,
계약,대금결제 등 무역의 전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증권사와 보험사 등도 증권거래, 금융거래, 각종상담 등의 서비스를 한데
묶어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거래비용을 줄이고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해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제조업체들도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익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접점의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변신에 주력했다.

인터넷쇼핑몰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가 등장하면서 기업운영의 주도권이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로 넘어간데 따른 결과였다.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아웃소싱과 마케팅 시스템이 본격화됐고 유통에도
직접 관여해 소비자와 강력한 유대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부터다.

지금까지가 진입단계였다면 생존단계에 들어서는 내년에는 자금력과
유통장악력을 바탕으로 기업간 영역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안정된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냐 아니면 영원히
도태될 것이냐는 기로에서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