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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년 서울 출생
<> 중동고 연세대 경영학과
<> 76년 한국신탁은행 입행
<> 76년 신용보증기금 입사
<> 82~88년 신한은행 입행, 고객부장, 여의도지점장
<> 85년 저축의 날 유공직원 표창(대통령상)
<> 91~97년 신한은행 이사, 상무, 전무
<> 99년 신한생명 부사장, 사장
<> 부인 정혜란(49)씨와 3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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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 고영선(55) 사장은 방카슈랑스(은행+보험) 시대를 준비하는 최고
경영자다.

신한은행에서 전무까지 역임했고 지금은 보험사 사장을 하고 있으니
방카슈랑스 시대를 앞서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금융권역 파괴(빅뱅), 금융지주회사의 등장, 예금보장 축소, 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 내년부터 불어닥칠 변화의 파고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일을
꼼꼼히 챙긴다.

고 사장은 정보기술(IT) 등에 손을 써놓고 있다.

신한생명은 창립 10주년이 되는 내년 3월부터 보험계약 때 받은 고객카드로
모든 은행의 CD(현금지급기) ATM(현금입출금기)에서 보험료를 내거나 약관
대출금, 배당금, 학자금 같은 분할보험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입출금시스템
을 개발중이다.

고 사장은 영업점을 돌때도 신한생명과 신한은행의 지점장을 함께 불러
서로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

금융권간 벽이 조금만 허물어져도 은행 보험 증권 등을 모두 거느린
신한금융그룹은 단숨에 정상을 차지할 기회를 맞을 것이란게 고 사장의
생각이다.

고 사장은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은행을 떠나 보험사 부사장으로 온 지난 5월부터 보험을 파고 들었다.

지난 9월 사장에 취임할 때엔 이미 회사의 장래를 위해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간파하는 보험맨이 돼 있었다.

영업실적이 부진한 점포에 대해선 "사내컨설팅"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진단해 고쳤다.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현장을 돌았다.

은행경영 경험을 접목시켜 보수적인 영업관행을 혁신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에선 고 사장에 관한 일화가 전해온다.

지난 83년 지점영업을 총괄하는 고객부장시절이었다.

지점장 한번 하지 않은 그가 지점장들을 족치자 "직접 영업을 해보지 않아
그런 소리를 한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그 소리가 듣기 거북했던 그는 지점장을 자원했다.

당시 상사였던 라응찬 현 신한은행 부회장이 다시 생각해 보라며 시간을
줬지만 지점장을 고집했다.

여의도지점장으로 나간지 얼마 안돼 상.하반기 영업평가부문에서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88년 다시 고객부장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능력과 경험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신뢰와 책임을 아는 금융인이다.

작년 9월 신한은행이 동화은행을 인수할 당시의 얘기다.

밤을 새가며 정부쪽과 인수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그는 "부실자산을
잘못 인수해 은행이 부실해지면 우리 직원들이 길거리로 나서야 한다.

나 하나 그만 두면 되지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고 버텼다.

고 사장은 재일교포들이 어렵게 모아 고국을 위해 세워준 신한금융그룹을
튼튼히 키우는 것이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교포들도 그런 그를 아낀다.

지난 9월 증자를 할 때는 일본 각지를 돌며 교포들을 만났다.

그를 붙잡고 "너라면 믿는다"며 흔쾌히 증자대금을 내놓은 교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열매도 하나둘 거두고 있다.

신한생명은 올해 사상 첫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총자산수익률도 자산이 1조원이상인 보험사중 최고인 18.5%에 이른다.

그러나 고 사장과 신한생명이 넘어야 할 벽은 아직 높다.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이른바 "빅3"가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생보사들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외국사들은 잇달아 상륙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은 고 사장이 진짜 경영능력을 시험받는 한해가 될 듯하다.

< 허귀식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